산업·기업은행 수장고는 문화재급 미술품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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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은행 수장고는 문화재급 미술품 보물창고?
  • 주영은 기자·석희열 기자
  • 승인 2015.10.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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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가액도 모르는 고가의 미술품 수두룩... 김정훈 의원, 활용방안 마련 촉구

▲ 국회 정무위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은 7일 국정감사에서 "국책은행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 중 적정 수준의 미술품을 제외한 나머지 미술품에 대해서는 경매를 실시해 수입금을 사회공헌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두 은행 쪽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주영은 기자·석희열 기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문화재급 고가의 미술품을 다량으로 구매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구입 절차 상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미술품 구매에 대한 의혹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7일 국회 정무위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은 모두 2255건. 은행 장부상 명기된 취득 금액만으로도 73억4286만1955원에 이른다.

국책은행별로 살펴보면 ▷산업은행 보유 미술품이 1099건에 장부상 명기된 취득금액 32억4586만1955원이며 ▷기업은행 보유 미술품은 1156건에 취득금액은 40억9700만원이다.

산업은행 보유 미술품 중 최고 취득금액은 2013년 구입한 수석으로 6억6900만원(강익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2007년 구입한 서양화로 4억5000만원(이한우)이 가장 비싼 미술품이다. 이 그림은 현재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 걸려 있다.

두 국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 중에는 문화재급 고가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산업은행의 경우 △청전 이상범 작품 3건 △소정 변관식 작품 2건 △고암 이응로 작품 1건 △소치 허련 작품 1건 △남농 허건 작품 3건 △의재 허백련 작품 11건 △운보 김기창 작품 5건 △백남준 작품 6건 △천경자 작품 5건 △마르크 샤갈 작품 1건 △앤디워홀 작품 1건 △조선백자 등 동서양의 문화재급 미술품들이 널려 있다.

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 중에도 △남농 허건의 작품 4건 △의재 허백련 작품 2건 △운보 김기창 작품 1건 △청전 이상범 작품 1건 등 문화재급 고가의 작품이 여럿이다.

김정훈 의원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보유한 미술품의 절반은 본사와 수장고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술품 구매의 주요 사유가 점포 신설, 이전 등 환경 개선에 따라 구입하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지점에 미술품이 더 많이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현재 두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의 절반(기업은행은 28.6%)이 본사와 수장고에 보관돼 있고 미술품의 가격도 지점에 보관 중인 미술품에 비해 훨씬 비싸다고 한다.

산업은행의 경우 전체 1009건의 미술품 중 지점에 494건(50.0%), 본사 399건(36.3%), 수장고 206건(18.7%)으로 전체의 50%가 본사와 수장고에 있다.

이에 반해 기업은행은 전체 1155건 미술품 중 지점에 825건(71.4%), 본사 180건(15.6%), 수장고 151건(13.1%)으로 10건 중 7건을 지점에 전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장고에는 외부에 전시되지 못한 채 보관 중인 미술품이 모두 357건(15.8%/4억4419만8849원)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 1099건 중 206건(18.7%, 2억6819만8849원))이 수장고에 머물고 있다. 이는 보유 미술품 10건 중 2건은 전시되지 않은 채 수장고에 방치돼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도 1156건의 미술품 가운데 151건(13.1%, 1억7600만원)을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훼손돼 폐기 처분한 미술품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보유 미술품 중 347건(31.6%)은 취득경로 및 취득가액이 불분명해 장부에 '100원' '1000원'으로 취득가액이 적혀 있다고 한다. '100원'인 미술품 316건, '1000원'인 미술품 31건이다.

▲ 2015년 8월 현재 국책은행 보유 미술품 현황(보유 장소별 미술품 현황, 단위: 건, 원).
ⓒ 데일리중앙
문제는 취득가액과 취득경로가 불분명한 작품들 중 대다수가 한 작품당 최대 수억원하는 작품들이라는 것.

실제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 중에는 백포 곽남배(12건), 청전 이상범(3건), 소정 변관식(1건), 고암 이응로(1건), 남농 허건(3건), 의재 허백련(9건) 등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 작품들이 취득가액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취득가액 '100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쪽은 "1980년 5월 14일 체계적인 관리에 의한 최초 등재 시 취득가액이 불분명한 작품은 일괄 건당 100원으로 명기했다"고 밝혔다.

또 미술품 중 취득가액을 '1000원'으로 등재한 데 대해 "부외자산 중 취득경로가 불분명한 작품의 경우 동산자산 잔존가액 최저가인 '1000원'으로 명기했다"고 답변했다.

김정훈 의원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객관적 미술품 구매 조건과 외부 인사가 포함된 심사과정 및 본사와 지점의 규모에 맞는 미술품 적정 수량 책정 등 별도의 '미술품 구매 매뉴얼'을 마련하고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 중 적정 수준의 미술품을 제외한 나머지 미술품에 대해서는 경매를 실시해 그 수입금을 사회공헌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냥 소장하느니 활용방안을 찾아보라는 국회의 지적을 열린 마음으로 고민하겠다"며 "또 대여 등 많은 사람들이 고가의 미술품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0년 5월 시스템 구축 이후에는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미술품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최근 5년에는 구입한 작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2007년 이전에 구매한 것으로 미술진흥 측면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몇억대의 값비싼 그림과 조각품은 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와 사무실, 충주연수원에 걸려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국의 600여 개 영업점(객장)에 골고루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주영은 기자·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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