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을 든 용역, 기아차 고공농성 노동자 침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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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을 든 용역, 기아차 고공농성 노동자 침탈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5.10.12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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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까지 올라와 낫 매단 장대 휘둘러... 국가인권위는 '나몰라라'

"이사 간 국가인권위는 굶어 죽으라 하고, 용역깡패는 주말에 낫을 휘두르고! 기아차 고공농성 노동자들에게 인권을!"
[데일리중앙 김주미 기자] "이사 간 국가인권위는 굶어 죽으라 하고, 용역깡패는 주말에 낫을 휘두르고! 기아차 고공농성 노동자들에게 인권을!"

법원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 판결을 이행하라며 122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던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용역들이 침탈했다.

특히 용역들은 농성 노동자들을 향해 낫을 휘두르는 위협을 했다고 한다.

지난 11일 서울시청 앞 금세기빌딩 광고판이 있는 옥상문을 용역 8명이 부수고 올라와 '낫'을 매단 장대를 휘둘렀다고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이 전했다.

금세기빌딩은 얼마 전까지 국가인권위원회가 입주해 있던 건물이다. 노동당은 12일 논평을 내어 "아무런 권한도, 이유도 없는 용역깡패들의 무리한 진압작전을 보며 우리는 또다시 용산사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양솔규 노동당 언론국장은 논평에서 "옥상에서 농성자들이 있는 광고판 꼭대기에 이르는 통로에는 농성 노동자들이 설치한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다고 한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올라온 농성 노동자들과 용역깡패들이 물리적 충돌을 벌일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그 어떤 저지력도 없었다는 것이 더욱 끔찍하다"고 말했다.

양 국장은 "경찰의 비호, 업체의 안하무인, 국가인권위의 외면,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당을 포함한 연대 세력의 나약함이 이러한 '위험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에 고개 숙여 반성한다"고 밝혔다.

더욱 기가막힌 것은 국가인권위의 태도.

현장 노동자들에 따르면 "연휴기간 백주대낮에 '조폭영화'에서나 나옴직한 검은 옷을 입은 용역들이 낫을 들고 설치고 있었지만 국가인권위는 이들에 대한 보호는 고사하고 휴일에는 쉬어야 한다며 농성 노동자들에게 전달되던 식사도 거부했다"고 한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을지로 청사 시대 개막을 맞이해 "신청사 이전을 계기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인권전담 국가기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신청사 시대를 열자마자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것으로 깊은 인상을 주고 있는 꼴이 됐다.

양솔규 언론국장은 "이성호 인권위원장이 시대가 현병철 체제의 연장이 될 것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바로 기아차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약속했던 바와 같이 농성 노동자들에 대한 식사 제공과 방한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앞으로 농성 노동자들에 대한 평일 식사 전달도 오는 16일까지만 책임지고 손을 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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