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내년도 국토해양부 예산안을 심의하던 국회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소속 이병석 위원장이 갑자기 3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의사일정 108항)을 기습 상정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추가 질의가 이어지고 있었고, 토론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갑자기 "의사일정 108항부터 111항까지는 토론 종결하고 의결하고자 합니다. 이의 있습니까?"라고 물은 뒤 '이의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아우성이 빗발쳤지만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방망이를 세차게 두드렸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했다. 반대 토론은 고사하고 표결 절차마저 생략한 채 전광석화처럼 날치기가 이뤄진 것이다. 야당으로서는 순식간에 허가 찔린 꼴이었다.

이병석 위원장은 4대강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논란을 낳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다. 이 대통령과는 고향 선후배로 동문인 셈이다. 동지상고 동문들을 위해 총대를 맸다는 얘기도 들린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당은 날치기 예산안은 원천무효라며 재심의를 요구했다.

박기춘,강창일,김성곤,김성순,김영환,김진애,이시종,조정식,최규성 의원 등 국토해양위 민주당 위원들은 날치기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국토해양위 이병석 위원장의 4대강사업 예산안 날치기 강행 처리는 원천무효이므로, 내년도 국토해양부 예산안을 공개원칙 하에 재심의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밝혔다.

민주당은 이어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의 날치기 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또 우제창-우상호-유은혜 (부)대변인을 잇따라 내세워 날치기 시도된 국토해양부 예산안은 원천무효임을 지적하고 재심의를 강력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4대강 예산 날치기로, 법과 의회민주주의를 파탄내는 진범이 누구인가를 국민들이 오늘 똑똑히 봤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날치기당'이라고 비난했다.

우위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에 의해 민주적 절차도, 국회법도 무시된 국토해양위의 4대강 예산안 날치기 폭거를 민주노동당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이병석 위원장은 날치기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하며, 날치기 예산안의 원천무효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진보신당도 한나라당을 '날치기당'으로 부르며 "4대강 예산 날치기 통과를 철회하라"하라고 주장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병석 위원장의 이날 국토해양위 예산안 기습 상정 스토리를 언급한 뒤 "요즘 방송심의로 도마에 올라 있는 만화 '짱구'도 아니고 뭐하는 행태인지 모르겠다"며 "하는 행태마다 MB식"이라고 꼬집었다.

창조한국당도 논평을 내어 "집권세력의 오만함이 극에 달한 것"이라고 국토해양위 날치기 사태를 비판하고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 민심을 외면하고도 성공할 수 있는 정권은 없다는 점을 깨닫고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라"고 충고했다.

김주미 기자·주영은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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