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입법전쟁... 현장지휘 김성태, 팔짱낀 이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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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입법전쟁... 현장지휘 김성태, 팔짱낀 이상득
  •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 승인 2009.07.22 19:2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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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길고도 질긴 육탄전... 국회 본회의장 안팎서 200 대 200 집단 난투극 벌어져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 결사반대"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 결사반대"

22일 오전 11시38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 등 200여 명이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 규탄대회를 열고 있었다.

본회의장 안에는 이날 오전 9시15분께부터 한나라당 의원 100여 명이 의장석 주변을 점거하고 있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언론관계법 본회의 직권상정-표결 처리를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별로 조를 짜서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출입문 5곳을 막아라고 의원들에게 긴급 지시했다.

한나라당, 휠체어 탄 윤석용 의원을 민주당 공격 첨병으로

이때 로텐더홀 오른쪽에서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윤 의원의 휠체어가 바닥에 앉아 농성하고 있던 민주당 보좌진을 밀쳐 넘어뜨렸다.

순식간에 소란이 벌어졌다. 민주당 쪽에서 "이렇게까지 정권에 충성심을 보여야 하느냐? 아무리 의원이라도 앉아 있는 사람을 치면 안 되지. 이건 살인 미수다. 보좌진도 사람이다. 당장 사과하라"고 소리쳤다. 

다른 쪽에서는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을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원투맨으로 막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X새끼" 같은 막말이 오가며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여기서도 한 보좌진이 뒤로 자빠지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백원우 "한국노총 출신이 정권의 개 노릇 하나"

백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한국노총 출신이면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지, 정권의 개가 되어서야 되겠냐. 의정활동 똑바로 해라"고 거칠게 쏘아붙였다.

오후 1시50분. MB악법 철회와 민주회복을 촉구하며 나흘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의원들 앞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직권상정을 막아낼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끝내 날치기를 강행할 경우 대한민국에는 야당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우리의 뜻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옳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끝까지 투쟁하자"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그러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순간 맞은 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100여 명의 한나라당 당직자와 보좌진들이 전투를 앞둔 군인들처럼 악을 쓰며 소리를 내질렀다.

한나라당 야전사령관 김성태 "공격 앞으로!"

한나라당의 야전 사령관은 김성태 의원이 맡았다. 1시55분, 김 의원이 한나라당 진지로 돌아와서 오른쪽 팔뚝을 높이 흔들며 "앞으로 나가자"라고 외치자 100여 명이 일제히 소리를 내지르며 민주당 진지를 향해 돌진했다.

한나라당의 공세가 밀물처럼 거세게 몰아치자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들은 스크럼을 짜고 "직권상정 결사반대" "언론악법 즉각 철회"를 외치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5분 동안 계속된 집단 난투극으로 민주당 강창일, 김영진, 민노당 곽정숙 의원 등과 일부 보좌진들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또 민주당 노영민, 조배숙 의원 등이 고통을 호소했다. 한나라당이 중앙을 집중 타격하는 바람에 다친 사람이 많이 생겼다.

"어, 고거 재미나구만"... 싸움 구경에 재미 붙인 '행님'

▲ 언론관계법 직권상정-표결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집단난투극이 벌어진 22일 오후 3시26분께 민주당의 저지선이 뚫리자 이상득 의원(가운데)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진입해 홍준표 의원 등의 환영을 받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양쪽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광경을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비롯해 김성조 정책위의장, 고흥길, 나경원, 김영선, 안형환, 고승덕, 윤석용, 김성태, 조윤선 의원 등이 뒤에서 지켜봤다.

오후 2시3분께는 국회 경위들이 본격적인 싸움판이 벌어진 본회의장 앞에 나타나 민주당 등 야당의 감정선을 건드리며 신경전을 벌였다.

뒤로 물러나 5분 동안 숨을 고르며 전투력을 보강한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오후 2시5분께 다시 민주당을 향해 함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이때도 김성태 의원이 현장을 지휘했고, 이상득 의원은 팔짱을 끼고 물끄러미 구경했다.

"악" "악"... 여야 당직자들, 깡다구 대결

한나라당의 공격이 갈수록 거칠어지자 민주당 보좌진들은 악을 쓰며 결사항전의 자세로 저항했다.

2선을 지키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도 1차 저지선이 뚫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에 "직권상정 결사반대" "한나라당은 물러가라"를 소리 높이 외치며 전의를 다졌다.

오후 2시15분께는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과 한나라당 당직자 간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져 양쪽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손등이 찢겨지고 상의가 찢어진 유 의원은 한나라당 당직자를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격돌
22일 오후 언론관계법 직권상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점거하고 있던 민주당 당직자들과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성동격서' 전법 위력... 여야, 4시간 동안 사생결단 혈투

이러는 사이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진출을 위한 공세는 갈수록 강화됐고, 안팎에서 동시에 공격이 진행됐다. 이른바 '성동격서' 병법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오후 2시30분,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등 언론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이 국회사무처의 촘촘한 방어망을 뚫고 국회 본청으로 들어와 민주당 농성장에 합류했다.

2시31분 한나라당 쪽 진지에서 동력이 일시에 빠져 나갔다. 바로 옆 귀빈식당으로 이동해 김성조 정책위의장 등으로부터 작전 지시가 떨어졌다. '성동격서'에 대한 전략인 듯했다.

오후 2시50분, 한나라당 진지가 재구축되면서 보좌진 등 100여 명이 다시 로텐더홀에 재집결했다. 상대를 향해 '깡다구'를 부리며 악에 받치는 듯한 소리를 내질렀다.

2시54분, 누군가의 "뛰어" 구호에 맞춰 민주당 진지를 향해 일제히 돌진했다. 10여 분 간 밀고 당기는 대격돌이 숨 가쁘게 벌어졌다.

한나라당, 취약지역 공략... 순식간에 저지선 뚫어

3시21분, 다시 한나라당이 귀빈식당으로 전략적으로 후퇴했다. 3시23분, 취약지점으로 여겨지던 귀빈식당 쪽에서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집기가 깨지고 부서지면서 곳곳에서 비명을 질렀다. 격렬한 충돌이 일어난 지 5분이 지난 오후 3시26분께 민주당 저지선이 무너졌다. 한나라당은 만세를 불렀다.

이렇게 해서 귀빈식당 등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 수십명이 본회의장으로 한꺼번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친박연대 의원들과 국회 의사과 직원들도 함께 들어갔다.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이 제출한 방송법 등 쟁점법안을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직권상정, 날치기 처리하려 하자 의사봉을 빼앗으려는 민주당 의원과 이를 막으려는 한나라당 의원이 뒤섞여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오후 3시30분께부터는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아침부터 들어가 상황을 장악하고 있던 안상수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입법전쟁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며 속도전을 완성했다.

공중을 날으는 강기정·강기갑... 그러나 한나라당은 철옹성

민주당 강기정, 민노당 강기갑 의원 등이 공중 부양을 하듯 의장석으로 몸을 날려 육탄으로 의사봉 탈취를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완강한 제지에 막혀 번번히 실패한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 대신 이날 본회의 사회를 본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오후 4시15분 소임(?)을 끝내고 산회를 선포한 뒤 국회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퇴장했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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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2009-07-23 03:48:04
어이, 그래야 산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지
권력이 언제까지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냐.
권력은 유한하다. 그러나 국민은 영원하지. 잘 알지 니들도?
그럼 먼저 인간이 되거라. 즘생처럼 날뛰지 말고 부디 부디.

박서방 2009-07-23 03:44:55
지금보니까 저 사람 제정신 아니네.
옛날에 그 초롱초롱하고 똘망똘망하던 윤성이는 어디로 사라진거야
그 사람 좋아보이던 이윤성이는 정녕 죽었단 말인가.
저게 자신의 정치적인 사망선고라는 걸 왜 모른다 말인가.
뭐 더 바랄게 있다고 그런 험한 일을 자청해서 하는가.
당장 그만 집어치우고 차라리 낙향하여 심시니을 편히 쉬어라.

인천시민 2009-07-23 01:51:20
택도 없는 소리다.
청와대의 개노릇이나 하는 사람이 시장되면 인천시 말아먹는다. 결사반대다.
인천시장을 아무나 하나. 능력을 갖춰야지. 아부와 충성심으로 인천시장 자리
그저 얻을려고 하는 인간이 참으로 한심하고 통탄스럽다. 저런 자를 국회의원으로
뽑은 인천시민인 것이 부끄럽다.

종발견 2009-07-23 00:36:45
마음만 먹으면 정말 못하는 짓이 없네.
이명박 대통령이 옛날에 공사판에서 노가다 할때 불도저로 밀어붙일때 하고
어쩜 그리도 똑같나. 참 딱 짝퉁이구만. 천생연분이다.
한나라당 상줘야 겠다. 국민들 여름에 더운데 시원하게 액션영화 보여줫으니
상줘야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훈장이라도 하나 줘야 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