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두려운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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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두려운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9.10.07 09: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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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배경과 추모 현장 담은 책 출간... 서거 전후 기록 생생히 담아

"모든 것이 분수를 넘은 저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저는 이제 남은 인생에서 해 보고 싶었던 모든 꿈을 접습니다. 죽을 때까지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을 저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법적 절차의 결과가 어떤 것이든 이 운명은 거역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일 사건이 이대로 굴러가면 검찰은 기소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검찰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결론이 나왔을 때, 그리고 검찰의 수사과정의 무리와 불법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대한민국 검찰의 신뢰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는 사실대로, 그리고 법리대로만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입니다. 사실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부치지 않은 편지' 중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배경과 7일 간의 추모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 7일 출간됐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출범 이후 첫 번째 추모기록사업으로 <내 마음속 대통령-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1>(도서출판 한걸음·더)을 이날 펴냈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배경으로 거론되는 '대통령기록물사건'과 이른바 '박연차게이트'의 전후맥락을 대통령이 남긴 기록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다. 서거 1개월 전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부치지 않은 편지'와 대검찰청 출석(4월30일) 직전에 작성하다 중단했던 '추가진술 준비' 메모도 담겨 있다.

이 두건의 자료는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것으로, 서거 직전 노 전 대통령의 생각과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 주목된다. 부치지 않은 편지에서 노 전 대통령은 '역사는 사실대로 기록하고, 법은 법리대로 집행할 것'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모든 것이 분수를 넘은 저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저는 이제 남은 인생에서 해 보고 싶었던 모든 꿈을 접습니다. 죽을 때까지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을 저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법적 절차의 결과가 어떤 것이든 이 운명은 거역할 수 없을 것입니다..." (4월 검찰조사 직전 작성하다 중단된, '추가진술 준비' 중에서)

▲ 지난 5월 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 데일리중앙
노 전 대통령은 4월 말 검찰 조사에 추가진술 준비를 할 때만 해도 "(검찰이 흘리고 있는) 박연차 회장의 진술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5월 23일 갑자기 봉하마을 뒷산에 올라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민에 대한 속죄와 검찰 권력에 대한 항의의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굴욕적인 검찰 수사에 맞서 스스로 자존을 지킨 것이다.

책은 또 서거 당일의 정황을 경찰 수사 발표 내용, 언론 보도, 비서관의 증언 인터뷰 등을 종합해서 생생하게 재현해 기록했다. 이로써 그 동안 일부에서 제기되던 타살설이나 유서 진위 여부 등에 대한 궁금증이 명확하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재단 대국민보고서 기록위원회 윤승용 위원장은 "이 책은 노 대통령 서거와 수백만 국민의 추모 과정을 사실대로 정리해 역사적 기록으로 보존하고 국민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기록화 작업의 첫 번째 결실"이라고 출판 배경을 말했다.

노무현재단은 9일 오후 성공회대에서 열리는 노무현재단 창립기념 콘서트 현장에서 이 책의 직간접인 필자들인 전례위원회 관계자들(이해찬, 이병완, 이재정, 유시민, 안희정, 천호선 등)의 책 사인회를 가질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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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호 2009-10-07 15:04:44
우리는 그날 위대한 지도자를 잃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