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마지막 비서관 최경환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리더십 체계를 갖춘 지도자"라고 평가하고 "김대중 리더십은 그 자체가 비전"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30일 저녁 광주 청소년문화의집 강당에서 열린 흥사단 광주지부 강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가치, 신념, 목표를 현실에 적용, 실천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리더십 체계를 만들어냈으며, 국민과 함께 하는 리더십을 실천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리더십은 원칙과 철학, 참여와 실천 등 크게 4가지
그는 '김대중 리더십'을 ▲원칙과 철학의 리더십 ▲국민과 역사를 믿는 리더십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리더십 ▲참여와 실천의 리더십 등 크게 네 가지로 요약했다.
그렇다면 DJ가 평생 가졌던 원칙과 철학은 무엇일까. 첫째 민주주의 사상(지구적 민주주의), 둘째 인권과 인본주의 사상(경천애인, 사인여천), 셋째 대중경제이론과 시장경제‘생산적 복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론), 넷째 평화주의 사상(비폭력, 관용의 정치, 햇볕정책), 다섯째 중도주의와 실사구시 등이다.
최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원칙과 철학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햇볕정책'"이라며 "김 전 대통령은 북한과 같은 공산국가를 다루는 데 있어서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강풍보다 햇볕이 공산국가를 변화시키는데 유용하고 이미 역사에서 검증되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민과 역사 속에서 살겠다. 나를 죽여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또 역사와 국민 이 두가지를 굳게 믿은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며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역사와 국민을 믿고, 의지하며 살았다는 것이다.DJ의 일생은 그래서 4부작이다. 최근 펴낸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제목은 <동행>이다. 부제는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로 되어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 부제 속에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펼져져 있는 듯하다.
박정희 유신정권에 의해 1973년 납치돼 현해탄 위에서 수장될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믿음 때문. 그는 독재정권을 향해 "국민과 역사 속에서 살 것이다. 나를 죽여라"고 항거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몸소 양심 실천
국민들 가슴 속에 가장 깊게 각인돼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행동하는 양심'이다. 치열했던 80년대에 청년기를 보냈던 이른바 '386세대' 치고 이 말을 가슴에 새겨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행동하는 양심'은 DJ의 필생의 모토였던 것이다.
최경환 교수는 DJ의 '행동하는 양심'은 2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첫째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며, 중간자적 입장에서 자기를 변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길은 꼭 어렵지만은 않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하면 된다. 무엇보다 바르게 투표하면 된다. 인터넷 같은데 글을 올릴 수도 있다.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할 수 있다."
두번째는 '행동하는 양심'이 감옥가고 거리에서 투쟁하고 하는 것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처지에서 양심을 실천하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삶을 살면 그것이 온전한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말이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또 '쉬운 말 쓰기의 천재, 달인'이라고 할 정도로 쉬운 말을 쓰고, 책을 읽고, 메모하고, 생각하는 지도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누구보다 자기 훈련의 리더십에 강했다.
나라가 잘 되려면 첫째는 똑똑한 국민이요, 둘째는 인물
최 교수는 "김대중 리더십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준비와 연습의 리더십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준비벌레, 연습벌레였다. 김 전 대통령은 쉬지 않고 노력하는 분이다. 대통령은 평소 '쉬지도 말고 서두르지도 말라'는 말을 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라가 잘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한데, 첫째는 똑똑한 국민이요, 둘째는 인물이라는 말을 공개된 자리에서 여러 차례 했다. 대통령은 국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지만 늘 인물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최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저 세상으로 가셨지만 'DJ시대'는 이제 막 출발했다고 본다"며 "앞으로 수십년 간은 '김대중 테제'가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신 지난 10년은 제게 영광의 시간이었고,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김주미 기자 shyeol@dailiang.co.kr
대단한 사람이다. 김영삼 대통령하고는 인생 역정이 판이하게 다르니
단순 비교는 좀 그렇다.
독재정권에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그들을 용서하는 것도 남달라 보이고
아무튼 위대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