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연말 국회가 끝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여야가 30일, 31일 잇따라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30일 오후 4시를 전후해 1차 격돌이 예상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른바 투트랙으로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마저 헌정 사상 초유의 자기 자리(의장석) 점거라는 비상 행동에 들어가는 등 국회는 지금 한 치 앞으로 내다볼 수 없는 초긴장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30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40여 건의 안건 처리가하고 나면 한나라당에서 행동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민주당이 점거하고 있는 예결위 회의장으로 밀고 들어가든지 제3의 장소에서 예결위 심의를 마무리하는 방안이 점쳐지고 있다.

김형오 의장의 의장석 점거 농성 또한 이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의장석 점거에 대해 해외토픽감이라고 비웃었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여권은 준예산 편성보다는 예산안 연내 처리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같다"며 "국회의장이 저러는 것도 한나라당에게 어디서든 빨리 예산안 심의를 해오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예산정국이 점점 파국으로 가고 있다"며 "민주당이 세차례에 걸쳐 양보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일체 양보안은 내놓지 않은 채 예산안의 연말처리만 강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는 바지를 벗은 야당에게 속옷까지 다 벗어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차라리 야당을 그냥 밟고 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회의에서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없다. 약속한대로 내일까지 합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지만 그래도 끝내 합의가 안 되면 도리 없이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공을 예고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본회의에서 민생법안 등 100여 건의 안건을 처리하자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40여 건으로 제한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제창 대변인은 "그토록 민생법안 처리 우선을 외치던 한나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법안 처리 안건을 스스로 축소한 이유가 무엇이겠나"라며 "헌정 사상 최초의 국회의장에 의한 의장석 불법 점거를 신호탄으로 한나라당이 대운하 날치기 시나리오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입장은 예결위 회의장을 되찾기 등 예산안 강행 처리를 위한 시간 벌기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오후 2시 본회의가 열려 2시간여 만에 40여 건의 안건을 처리하면 4시 전후. 4시30분부터 행동이 시작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커 보인다.

여야는 국회 본회의장 전면 대결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소속 의원들의 인원 점검에 나서는 등 총력 대응체제에 들어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린 상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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