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동길 교수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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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동길 교수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글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0.01.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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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안 믿어주니

세종시 수정안이 이렇게도 난항을 거듭하니 민족의 앞날이 걱정스럽습니다.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유신헌법․유신체제가 강요되던 때에는 끽소리도 못하던 사람들이 요새 일어나 떠드는 꼴을 보면 산다는 자체가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2007년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1천1백만 이상의 많은 지지를 받고 당선된 사실에 기쁨을 금치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정권인수 기간중에, 그리고 당선되고 나서, 이 대통령이 취한 기회주의적 처신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오늘 이대통령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이 가혹한 시련이 따지고 보면 모두 김대중, 노무현의 반미, 친북 정권이 물려준 유산입니다. 취임하자마자 그 잘못된 유산의 청산부터 시작해야 했던 것 아닙니까. 왜 "6․15선언은 대한민국의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이행할 수가 없습니다. 연방제 운운하는 것을 우리 헌법이 용납을 못합니다"라고 국내,국외에 확고한 신념을 표명하지 않았습니까. 중도실용주의 때문이었습니까.

그렇게만 했어도 북의 김정일은 남반부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을 확인하고 유화정책으로 전환한지 오래 되었을 것입니다. 인민군이 재차 남침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까. 두려워하면 당합니다. "약하게 보이면 침략을 자초한다"는 서양의 속담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방과 안보가 철통 같았으면 6․25에 김일성이 감히 남침을 꿈이나 꿀 수 있었겠습니까.약하게 보이면 덤벼드는 것이 침략자의 생리입니다.

그리고 정권인수과정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여러차례 대통령 당선자에게, 취임 후에도 대통령자신에게 여러사람들을 통해서 "박근혜를 꽉 잡아야 한다"고 권면하고 충고했습니다.그를 한나라당의 18대 대통령 후보로 만들 결심을 하고 있다고 전하고 대통령중심제의 테두리 안에서 내각책임제를 하자고 제의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에만 관여하고 다만 실물경제의 경험이 풍부한 터이라 경제정책에나 의견을 주겠다고 하면서,조각을 전적으로 그에게 일임했으면 오늘과 같은 정치적 난관에는 부딪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 그렇게 안했습니까. 한나라당 안에 이명박을 반대하는 60명의 투사들을 그대로 두고 정당정치가 가능합니까.

박근혜를 두려워합니까. BBK사건 때문입니까.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선출 과정에서 무슨 꿀리는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칼을 뽑아 그 60명의 목을 치거나 아니면 그들을 모두 포섭해야 민주대한을 훌륭하게 가꾸고 나아가 자유민주주의로 남북을 통일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요새는 박근혜가 밉습니다. 박근혜를 포섭하지 못한 이명박도 밉지만 그의 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안대로 나가자는 박근혜는 더 밉습니다. 그 원안이 끝까지 '국민을 위해서'라고 항변할 수 있습니까. "수도를 대전으로 옮기겠습니다"라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2002년 대통령선거 유세중 막판에 가서 불쑥 한마디 던진 사람은 당시 여당의 대통령후보 노무현이었습니다.

그 한마디 때문에 시끌시끌했습니다. 그가 당선이 안됐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그가 당선되는 바람에 나라 전체가 이 홍역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자신은 당선되고 나서 자신의 그 말을 두고, "좀 재미를 봤지요”"라고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수도이전이 위헌임을 선포했고 그래서 여.야 정치인들이 충청도표를 의식하고 마련한 것이 여.야 가 합의했다는 그 '원안'아닙니까.

박근혜가 계속 '원안'을 고집하면 정계는 아수라장이 되고 한국정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렇게 밀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정치를 하고 대통령이 대통령 노릇을 하겠습니까. 이명박은 임기전에 물러나라는 것입니까. '수정안'이 옳다는 걸 국민은 압니다.

그런데, 충청도가 그 '수정안'을 반대하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호남사람들은 왜 반대합니까. 정치꾼들 때문입니다. 조선조를 망친 사색당쟁이 또다시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갑니다.

김동길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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