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탄소중립 요구에도 타당성 부족해도 신공항 건설
상태바
대한민국, 탄소중립 요구에도 타당성 부족해도 신공항 건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2.10.26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년 간 10개 지방공항 누적손실 4823억원... 평균 활주로 활용률 4.5% 불과
전세계적 공항증설 중단과 항공기 탄소배출 규제 움직임에도 공항건설예산 증가
예타제도 시행 뒤에도 신공항 계획 미통과 사례 없어... 타당성 부족하면 예타면제
장혜영 의원 "무분별한 공항 건설, 정치의 실패이자 탄소중독 사회 한 단면" 비판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26일 지난 5년 간 10개 지방공항의 누적손실이 4823억원에 이르고 평균 활주로 활용률은 4.5%에 불과하다며 "무분별한 공항 건설은 정치의 실패이자 탄소중독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비판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26일 지난 5년 간 10개 지방공항의 누적손실이 4823억원에 이르고 평균 활주로 활용률은 4.5%에 불과하다며 "무분별한 공항 건설은 정치의 실패이자 탄소중독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지난 5년 간 10개 지방공항 누적손실액이 4823억원에 이르고 이들 지방공항의 평균 활주로 활용률은 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적 공항 증설 중단과 항공기 탄소 배출 규제 움직임에도 우리나라는 공항 건설 예산이 대폭 증가하는 등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26일 "한국공항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김포, 김해, 제주, 대구를 제외한 10개 지방공항의 누적손실은 4823억원에 이르렀고 이들의 평균 활주로 활용률은 4.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은 8개이며 예타제도 시행 이후 추진된 신공항 중 탈락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부족한 경제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공항건설은 제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타면제 조건을 엄격히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윤석열 정부 기획재정부는 예타가 면제된 가덕도와 새만금 공항에 대한 예타면제 재검토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국회에 답변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장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년 간(2017-2022.8) 김포, 김해, 제주, 대구를 제외한 10개 지방공항의 누적손실은 4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4개 공항의 수익으로 나머지 공항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는 구조다. 

이들 지방공항의 적자 이유는 수요를 과대 예측해 공항은 크게 지었는데 승객이 없기 때문이다. 10개 공항의 평균 활주로 활용률은 4.5%였으며 2% 미만인 공항도 다섯 군데나 됐다.

세계적으로는 항공기의 탄소 배출 문제로 공항 증설 계획이 중단되고 항공기 운항에 규제가 생기고 있는 추세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1km 이동 시 탄소 배출량은 항공기(88명 탑승 기준)가 기차(156명 탑승 기준)의 20배에 이른다. 영국 히드로 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프랑스 드골공항의 확장 계획이 연기되거나 폐기됐고 스웨덴은 단거리노선이 많다는 이유로 스톡홀름의 브롬마(Bromma) 공항을 폐쇄했다. 

프랑스 하원은 철도로 2시간 30분 거리 이내 국내선 항공을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오스트리아는 항공업계에 지원금을 주는 대신 철도로 3시간 이내 비행기 운항 중단을 요구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추세와 지방공항의 실패 사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신규 공항을 대폭 늘리려 하고 있다고 장혜영 의원은 지적했다. 

실제 지난 10년 간(2013-2022) 우리나라 공항 건설 예산 추이는 최근 들어 큰 폭으로 증가 추세다. 최근 3년 공항 건설 및 관리 예산은 최근 10년 예산의 76%를 차지한다. 지난해 발표된 국토부의 6차 항공 계획에서는 10개의 신공항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고 8개가 현재 공식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으로 확인되고 있다.

추진 중인 곳은 울릉공항, 흑산공항, 제주제2공항, 새만금국제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다. 계획에는 포함돼 있으나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은 사업은 경기남부국제공항(수원), 경기북부공항(포천) 등 두 곳이다.

한편 사업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예산의 낭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예비타당성 조사는 공항 건설을 전혀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예타 제도 시행 이후 국토부가 올린 공항 계획은 모두 예외 없이 예타 대상이 됐고 미통과 사례는 없었다. 

예타 실시 이후 23년 간 36% 사업이 사전차단된 것과는 대조된다. 서산공항이나 백령공항은 조사 대상에서 유보된 적은 있었으나 결국 예타를 받을 수 있었고 울릉공항은 설계 변경을 통해 결국 예타를 통과했다. 또한 사전타당성조사에서는 낮은 비용대비편익비율(B/C)을 받은 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국제공항은 예타를 면제시키는 방식으로 관철됐다.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는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하고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예타 제도 개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탄소중립 목표 역시 2030년 감축 목표는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장혜영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 서면질의를 통해 예타가 면제된 새만금국제공항과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예타 면제 재고 의사가 있는지 질의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답변을 통해 "이미 예타가 면제돼 추진 중인 사업"이라며 재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또한 대구경북신공항에 대해서는 이전에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1대 국회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예타 면제가 포함된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에 장혜영 의원은 이해충돌을 우려하며 예타 면제를 결정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도 예타 면제 입장을 고수할 생각인지 질의했다. 

기획재정부 쪽은 "예타 면제 대상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면서도 "지역균형발전 등 국가정책적으로 불가피한 사업에 대해서는 면제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장혜영 의원은 "지역균형 위해 재정을 쓰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꼭 공항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대한민국에는 이미 열다섯 개의 공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또한 "예타를 엄격 적용하고 탄소중립하겠다지만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은 결국 신공항을 다 허가해주고 있다"며 "무분별한 공항 건설은 대한민국 정치의 실패이자 탄소중독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