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독일, 핀란드등은 교권보호장치 강력... 법률·정책으로 뒷받침
미국, 교사는 교실의 질서 유지를 위해 책임 범위 안에서 학생 통제·훈육 가능
폭력 학생을 퇴실 또는 자신이나 다른 학생 보호위해 합리적인 무력 사용 보장
영국, 독일, 핀란드에서도 선생님들에게 학생 훈육 및 지도권한 강력하게 보장
우리나라는? 교권보호 위한 다양한 조치 있지만 실효성 낮아... 후속 입법 필요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최근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19.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현재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악성 민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부터 선생님들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보호 5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현장 체감률이 떨어지고 교직 사회의 우울감이 지속되고 있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국회도서관은 29일 다른 나라 사례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교권 실태를 살펴본 보고서 '위기의 교권, 실질적인 보호 대책은?'을 펴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핀란드의 경우 교권보호장치가 비교적 잘 마련돼 있으며 법률로 또는 정책으로 강력하게 뒷받침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정부는 무분별한 소송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부여받은 책임 안에서 자유롭게 학생들을 가르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01년 '초·중등교육법' 일부를 고친 '교사 법적 책임보호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교육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을 주정부에 위임해 주법에 따라 교사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교사들의 면책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교사가 정당한 지도활동을 하는 데 있어 법적 소송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임할 수 있도록 직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것이다.
교사는 교실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책임 범위 안에서 학생을 통제하거나 훈육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교사의 고의적 위법 행위, 범죄 행위, 중과실 또는 명백한 무관심이 원인이 아닌 한 교사가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또 주정부는 교사권리장전 등을 제정해 교사의 권리를 법률로 규정하고 교육 현장을 보호한다.
플로리다주에서는 과도한 폭력이나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이 아닌 한 교사의 교육활동은 민사상 또는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폭력적인 학생을 퇴실시킬 권리, 학생을 통제할 수 없을 때 학교 쪽의 즉각적인 지원을 요청할 권리, 교사 자신이나 다른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합리적인 무력을 사용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교사권리장전을 통해 직무 수행에서 취한 조치에 대한 법적인 방어권과 교육전문직으로서의 판단과 재량권을 존중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학생을 퇴장시킬 권리, 학생 및 학부모들로부터 존중받을 권리, 법이나 규정이 요구하는 행정업무만을 수행할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교실 현장처럼 학생이 선생님한테 대들거나 학부모가 이 논란에 가세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
영국에서도 선생님들에 대한 지도권한을 강력하게 보장한다.
'교육 및 감사에 관한 법률' 및 '타당한 처벌 권고지침' 등에 따라 교사는 교육적 지시나 학교 방침을 따르지 않는 학생에 대해 훈육적 처벌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훈육적 처벌에는 교실 강제 퇴장, 방과 후 강제 훈육 등 타당한 처벌이나 개입이 있다.
나아가 학생 스스로를 포함해 다른 사람(교사, 학생)을 위협하는 범죄 행위, 수업 질서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가 발생하면 교사는 물리력도 사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분쟁이 일어날 경우 학교는 지침에 따라 교사를 보호한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선생님이 홀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거나 외딴섬이 되는 경우는 없다.
독일에서도 교권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에른주에서는 '학교법'의 학교 내 교사회의(제58조), 학생에 대한 교사의 교육책임(제59조), 교육활동 보호조치(제86조)를 통해 교권을 강화하고 교육적 징계권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교사 등은 교육 활동과 인명·재산의 보호를 위해 경고 조치, 타학급으로 이동, 수업 배제, 전학 등 훈육에서 징계에 이르는 교육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교육 강국인 핀란드에서는 교사의 지위가 높고 교권보호 정책이 더욱 강력하다.
교사는 '교육기본법'에 따라 수업 방해나 교칙 위반 등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해 서면 경고 또는 2시간 미만의 격리, 수업 배제 등으로 징계할 수 있다. 또 과제를 소홀히 한 경우 방과 후 1시간 동안 과제 수행을 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학생을 위협하거나 위협할 가능성이 있을 때는 교사가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등에는 교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가 마련돼 있다.
특히 교육 활동이 침해되면 '교원지위법'에 따라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고 관할청에서도 이를 형사고발할 수 있다.
교권침해 학생에게는 일반적인 근신 등의 수업 배제 조치와 특별 교육 및 심리 치료가 부과되고 학부모에게도 서면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 교육과 심리 치료 등이 부과된다. 미이수 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2022년 교육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 활동 침해 유형은 학생이든 학부모이든 선생님에게 ▲모욕·명예훼손 ▲상해·폭행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주는 행위 등이 대부분이다.
선생님으로서의 자존감을 완전히 뭉개버리는 이러한 일을 당하면 사실 교단에 더이상 서 있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피해 교사를 위한 보호 조치도 신분 보장, 심리 상담 및 치료에서부터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한 소송 비용 지원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확대됐다. 다만 관련 법률 개정이 2023년 이후 비교적 단기간에 이뤄진만큼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입법과 법 체계 정비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