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살인에 숨죽인 필리핀 '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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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살인에 숨죽인 필리핀 '피플파워'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05.28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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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3건꼴 진보인사 암살... 5월 총선 '피의 선거' 우려
"필리핀에 머무는 동안 바얀을 하루 방문했는데 마침 그날 정치 살해 사건이 터졌다. 현지 활동가들의 얘기로는 이런 사건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필리핀의 심각한 정치상황을 실감했다. 헬멧(복면) 쓰고 오토바이 탄 사람만 봐도 소름이 끼쳤다."
"필리핀정부, 군부 연관성 일부 시인"

"필리핀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유엔 특별보고관 필립 알스톤 교수가 마닐라에 왔다. 알스톤 교수는 열흘간 멜로위원회(필리핀 정부가 꾸린 진상조사위원회)와 피해자 가족,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직접 인터뷰한 뒤 조사보고서를 지난 21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필리핀 사태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군부와 OBL을 꼽았고 그 책임자로 팔파란 장군을 지목했다. 알스톤 교수는 필리핀 정부와 군부가 변하지 않으면 비사법적 살인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바로 다음 날인 2월 22일 기자들에게 멜로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일련의 사태에 대한 필리핀 군대의 연관성을 일부 시인했다. 예상대로 팔파란 장군 등 군 고위 관계자 여러 명이 정치 살해에 깊이 관여되어 있음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마크씨는 이어 필리핀 사태의 미국 관련설을 강하게 제기했다. '피플 파워'의 위력을 너무도 잘 아는 아로요 대통령이 부정선거와 두 번의 탄핵정국 등으로 위기에 몰리자 정권 안보 차원에서 미국을 끌어들여 필리핀을 군사화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OBL 자체가 미 CIA 지부다. 베트남 전쟁 당시 암살조직을 주로 담당했던 CIA 출신의 전 미국대사가 OBL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CIA가 필리핀 사태에 깊이 개입돼 있고 사실상 정치 살인이 미국의 손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지도에서 빨간점으로 표시된 부분이 진보적 활동가들에 대한 정치적 살해가 이루어진 지역으로 활동가들에 대한 공격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cp-union
 
정치적 살해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2004년 부정선거로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시위가 벌어지자 아로요 정권이 긴장을 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라며 "아로요는 대통령 포고령 1017호를 발동해 모든 집회를 금지시키고 또 자유를 수호한다는 이름으로 OBL작전을 펼쳐 반대세력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은씨는 "필리핀 사태의 핵심은 아로요 정권이 '피플 파워'의 힘을 안다는 것이다. 아로요는 그 혜택을 입은 대통령이면서 '피플 파워'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다"면서 "결국 부정선거와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그가 선택한 것은 군대였고, 자신의 두려움이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씨는 필리핀 사태 해결 방안으로 ▲독립적인 국제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을 조사한 뒤 ▲아로요 정권에 대해 국내외 압력을 증가시켜 ▲아로요 대통령을 퇴진시키거나 국회 탄핵으로 추방시키고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는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시민사회, 군사문화에 억눌려"

그러면서 지금까지 수도 외곽에서 주로 벌어지던 정치 살인이 5월로 예정된 총선과 맞물리면서 마닐라에 집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벌써부터 '피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는 필리핀 현지의 분위기도 전했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 필리핀은 현재 매우 조용한 편이다.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군사문화와 공포 분위기에 질려 시민사회가 위축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지은씨는 "대통령 포고령 1017호가 발동된 필리핀 상황은 긴급조치로 사회를 통제하던 박정희 유신체제를 떠올리면 된다"며 "아로요 정권 규탄 목소리가 커져가고는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해 있는 군사화로 공포 분위기가 가라앉지 앉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마크씨는 "아로요 정권은 자신에게 도전이 될만한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참혹한 정치 살인을 벌이고 있다"며 "이러한 반인권적 비사법 살인을 중단시키기 위해 우리는 엄청나게 두렵지만 용기를 내어 싸울 것이고 국제사회의 연대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기사 입력 : 2007-02-25 17:27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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