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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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가을 산책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0.10.06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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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한 모금의 대화가 남은/ 너와 나의 잔에/ 가을이 머리칼 한 잎 떨군다/ 어느 깊은 산사를 빠져나온/ 적막의 바람들이/ 너와 나의 잔을 적신다"
아침저녁으로 이는 소슬바람이 한결 청량함을 느끼게 한다. 하늘은 깎아낸 수정 같이 맑고 푸르다. 창가에 앉으면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을 재촉하고 제법 상큼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빠져나올 수 없었던 마음속의 적막한 바람들이 우리의 가슴을 적시는 계절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또한 북반구의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아직도 한 모금의 대화가 남은/ 너와 나의 잔에/ 가을이 머리칼 한 잎 떨군다/ 어느 깊은 산사를 빠져나온/ 적막의 바람들이/ 너와 나의 잔을 적신다" (이광석 '가을 이삭줍기' 중에서)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했다. 가을은 또한 벌레 소리에서 익는다고도 했다. 혀끝에서 느끼는 가을의 맛이 이렇듯 감미롭다.

유리알처럼 파랗게 갠 가을 하늘을 홀로 우러러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까닭없이 서글퍼진다.우수수 부는 가을 바람, 흩날리는 낙엽, 섬돌 밑에서 밤새워 울어 대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세월의 덧없음에 새삼 비애를 느끼게 한다. 높아가는 가을 하늘에 허전을 느껴 눈을 감는다.

가을은 이처럼 스산하고 쓸쓸한 계절이지만 그래도 결실의 계절, 수확의 계절이다. 오곡백과가 여물고 영글어 가며 모든 것이 풍성하다. 음력으로 이 달은 충추야 밝은 달이 떠오르는 한가위와 백로, 추분의 계절이다.

문득 쳐다본 하늘이 목이 시리도록 높아만 뵌다.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부디 내 사랑하는 모든 이웃들에게 편지를 써야지
분홍 향기 듬뿍 담긴 애틋하고 아름다운 편지를 말이다
그립고
보고프다고···.

왠지 오늘은 포근할 것만 같다.
내일도
모레도···.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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