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이상한' 비품구매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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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이상한' 비품구매 관행
  • 주영은 기자
  • 승인 2010.10.19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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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액의 57.5% 12월에 몰아서 집행... 12월 중에서도 93%가 하순에 집행

▲ 연도별 비품 구매 현황(12월 구매 비중, 단위 : 원).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하균 의원실 자료 재구성.
ⓒ 데일리중앙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이상한 비품구매 관행이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 미래희망연대 정하균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기기·비품 구입비 예산을 1년 중 12월에, 12월 중에서도 하순이나 말일에 집중적으로 집행했다"며 "이는 꼭 필요해서 집행하는 게 아니라 예산이 남을 것 같으니 '남기느니 다 써버리자'는 식의 예산집행"이라고 질타했다.

정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심평원이 지난 5년 간 비품 구매로 지출한 예산은 69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57.5%인 4억원 정도가 1년 중 12월에 집중적으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6년의 경우에는 1년 비품 구매비의 무려 90.5%가 12월에 집행됐다. 또 같은 기간 12월 비품 구매비의 92.7%가 하순에 몰아서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과 2008년은 12월 구매액 모두가 하순에 집행됐다.

1년의 마지막 근무일인 종무식 날 비품 구매 예산을 집행한 경우도 많았다.

▲ 연도별 비품 구매 현황(12월 중, 하순 구매 비중, 단위 : 원).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하균 의원실 재구성.
ⓒ 데일리중앙
심평원은 최근 5년 간 1년 구매액의 27.4%를 종무식 날 구매했다. 2005년도의 경우에는 1년 구매비 총액의 무려 85.1%인 6억7000만원 정도를 종무식 있던 날 하루 만에 다 써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하균 의원은 "정말 '피 같은' 돈을 모아 마련해준 심평원 예산은 꼭 필요한데에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1년 중 12월에 몰아서, 또 그것도 하순과 말일에 집중해 집행한다는 것은 비품이 꼭 필요해서 구입하는 게 아니라 남은 예산을 '다 쓰고 보자'는 식의 집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앞으로는 국민들의 피와 땀이 담긴 예산을,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 흥청망청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예산 집행을 보다 철저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쪽은 "전산장비의 특성상 12월에 대금이 결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심평원 김종철 총무부장은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오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예산이 남을 것 같으니까 다 쓰고 보자'는 식의 예산 집행은 맞지 않다"며 "12월에 예산 집행이 몰려 있는 것은 검수완료-잔금처리-대금지급-자산등재의 등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 연말일(종무식날) 하루 비품 구매 현황(단위 : 원).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하균 의원실 재구성.
ⓒ 데일리중앙
지적된 비품의 대부분이 전산장비로 7, 8월에 구매 계약을 하지만 성능 테스트와 설치 등의 기간을 거치다 보면 돈이 나가는 시점이 12월이라는 것이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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