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50억원 전 재산 사회에 내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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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50억원 전 재산 사회에 내놓겠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1.01.06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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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제' 몸소 실천... 47년 격정의 정치인생 회고

▲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이 5일 낮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찾아온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자신의 의정생활과 최근 국회 사태, 건강 문제 등 관심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윤용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다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5일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찾아온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새해 인사를 받는 자리에서 이러한 뜻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상도동 집과 고향인 거제의 땅 등 50억원의 재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수 대표가 "아드님한테 조금 물려주어야 되지 않겠냐"고 하자, YS는 "일체 물려줄 생각이 없다. 거제에 땅이 좀 있는데, 그것도 전부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지낸 나라의 큰 어른으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온 YS는 이날 자신의 47년 의정생활을 되돌아보며 지난 1992년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직 사퇴 연설을 할 때 "눈물이 나더라"고 회상했다.

김 전 대통령은 14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92년 10월 13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1954년 5월 20일 치러진 제3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자유당 후보로 거제군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 26세라는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내리 9선(전두환 신군부의 등장으로 정계 은퇴를 강요당했던 11~12대 국회 제외)을 하며 한국 정치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YS는 "내가 정치를 오래 했다. 이 박사(이승만) 때 국회의원을 시작했으니까 오래 한 것"이라며 "나중에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해서 국회의원 직을 사퇴했는데 국회의사당에서 사퇴 연설을 할 때 눈물이 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때가 극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기붕 국회의장이 갑자기 나한테 연락이 왔다. 김천의 김철한 국회의원과 경북에 김상도라는 씨름꾼이 있었다. 그 사람들과 대통령을 만나러 가자고 해서 경무대(이승만 전 대통령 집무실)에 갔다. 앉아서 조금 기다리니까 이 박사가가 들어왔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얽힌 사연도 털어놨다.

YS는 "아마 이 박사를 만나본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내가 이 박사를 만났는데 그 양반이 대통령이고 내가 국회의원일 때였다"고 얘기를 꺼냈다.

"이기붕 국회의장이 갑자기 나한테 연락이 왔다. 김천의 김철한 국회의원과 경북에 김상도라는 씨름꾼이 있었다. 그 사람들과 대통령을 만나러 가자고 해서 경무대(이승만 전 대통령 집무실)에 갔다. 앉아서 조금 기다리니까 이 박사가가 들어왔다."

YS는 "우리가 전부 일어섰다가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내가 그랬다. 신문에 3선 개헌이 돌고 있어서 이 박사보고 '박사님, 국부로 남으셔야 된다. 절대 3선 개헌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손을 벌벌 떨면서 일어나 뒷문으로 그냥 나가버렸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기붕 국회의장이 '왜 김 의원은 인사하러 와서, 노인을 화나게 만드는가'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3선 개헌을 안 했더라면 4.19를 맞지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혁명 직후 폭풍 같은 민심에 떠밀려 결국 하야를 발표하고 하와이로 망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정치하는 사람은 의리가 있어야 한다"며 새해 화두로 '정자정야'(政者正也 : 정(政)이라는 글자의 본뜻은 나라를 바르게 한다는 것)로 정했다고 밝혔다.

평소 등산과 배트민턴을 즐기는 김 전 대통령은 '요즘도 운동을 하시느냐'는 안 대표의 물음에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자전거를 30분 정도 타고 다른 운동을 아침에 강하게 한다. 날씨가 조금 풀리면 배드민턴도 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30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환담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시종 밝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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