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를 바라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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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를 바라보는 눈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8.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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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정치평론가 겸 칼럼니스트)

▲ 이병익 정치평론가.
ⓒ 데일리중앙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에 즉각적인 사퇴를 발표했다. 이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당과 사전 협의없이 독단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분노를 노출했다.

홍대표의 주장에 의하면 사퇴시기에 대해서는 오시장 본인이 만약 시장직 사퇴를 할 경우 잡무를 처리하고 국정감사를 마친 10월 초에 사퇴하겠다고 당과 청와대에 약속했다고 한다. 홍대표는 “세번 배신” 운운하면서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다고 한다.

홍대표가 말한 세번 배신이란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회부한 것과 시장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한 것과 사퇴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을 말한다. 이 말의 뜻은 한나라당과 사전에 상의가 없었든지 상의를 했더라도 오시장의 독단으로 결정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결론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오세훈 시장이 혼자서 이런 저런 결정을 내리고 진행해 왔다는 뜻이다. 민주당에 반대하는 서울시민의 지원을 업고 오세훈 시장이 연출한 정치 쇼였다는 결론이다. 오시장 개인의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보수의 대표성을 각인시켜 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스스로 판단했을 것이다.

이번 투표의 의미를 떠나서 오시장은 실패를 했더라도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의중을 간파한 민주당의 박지원의원은 “오시장이 남는 장사를 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번 투표는 일반적인 낮은 투표율의 예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임시투표의 경우가 대략 30%전후라고 본다면 평일에 실시한 투표율의 표본적인 경우라고 본다. 보수와 진보의 사생결단의 투표도 아니었고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투표는 더욱 아니었으니 무관심도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또 이미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주민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이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이고 서울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준비중인 사안이므로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임에도 오세훈 시장은 이슈를 만들려다가 실패한 경우라고 보는 것이다.

초등학교 5,6학년의 급식비 690억원을 집행하지 못하겠다는 서울시가 이번 투표에 들어간 비용 180여억원과 앞으로 있을 보궐선거비용 31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운 점이다. 오시장은 방송국 TV토론에서 "차별없는 전면적 무상급식은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암이다"라고 말하면서 182억은 암을 예방하는 건강검진비용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암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따로 입원비와 부대비용 310억원을 더 지불하게 생긴 꼴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6.2지방선거부터 이달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어 오는 10월 보궐선거까지 1년 반 만에 3번의 선거,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번 사태는 한나라당을 더욱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했다. 오세훈시장의 도박에 한나라당의 의원들이 말려들어간 것이다. 자발적인 지지의원도 있었지만 원치 않는 지원을 하게 된 의원도 있었다. 투표결과를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으니 한나라당의 내분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번 투표의 비용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고 비판하던 민주당의원들은 보궐선거를 어떤 눈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혈세낭비가 걱정되었으면 오시장의 사퇴를 말렸어야했다. 흐뭇한 마음으로 다가올 보선을 바라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투표를 보면서 말로는 국민들을 생각한다고 하는 여, 야의 정치인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았다. 상대방을 꺾어야 산다는 정치논리를 보여주었다. 여,야의 정치권은 당리와 당략을 감추려고 해도 특정정당에 경도되지 않은 양심적인 투표거부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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