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후보 내지 않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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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후보 내지 않는 게 어떨까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9.0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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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정치평론가)... "후보 내세워 깨지며 망신당하느니 무공천 전략이 낫다"

▲ 데일리중앙 객원 칼럼니스트 이병익씨.
ⓒ 데일리중앙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서울시장 후보직을 놓고 벌였던 거래가 이번 주 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두 사람을 지지하는 쪽에서 보면 아름다운 일이라고 추켜세울 수 있겠지만 반대 쪽에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발표라고 보고 있는것 같다. 아직 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음에도 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정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의 두 사람이 어느 한쪽을 위해서 후보를 양보하는 것은 모양새가 우스운 꼴이다. 그러함에도 언론들은 두 사람을 집중 조명하면서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서울 시장후보로 나서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여론 지지율을 합하면 서울시장에 당선 될 만하다. 그러나 시장선거가 여론조사대로 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민주당의 후보도 있고 한나라당의 후보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단일화하고 또 다른 야권과 단일화하고 궁극적으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면 당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명색이 정당의 후보가 무소속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대변인의 논평은 환영한다고 했지만 민주당의 후보자들이 조건없는 양보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지도 의문이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의원도 있는데 여론에 떠밀려 박원순 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그냥 줄 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본다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도 선거 전략일 수도 있다. 명분으로는 오세훈 전 시장의 실책으로 야기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반성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야권 단일화에 대한 반발을 표할 수 있는 수단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거부한 민주당에 대한 보복적인 정치 전략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나쁜 투표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투표거부를 선동했고,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지지자들의 투표거부가 힘을 발휘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투표율 25.7%로 무효화되었고 그 결과를 두고 오세훈 시장은 사퇴를 했고 민주당은 외형적인 승리를 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선거유세를 집중적으로 한다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그 비율이 높다면 한나라당은 후보를 내지 않고도 체면치레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민주당이 서울시를 장악한 상태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이 당선된다고 해도 시장이 마음대로 시정을 이끌만한 여지가 없다. 그럴바에야 명분이나 쌓고 통 큰 양보를 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선거에 무슨 왕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온갖 술수와 음모가 난무하는데 이 정도의 후보 무공천 전략은 문제가 될 수 없다.

한나라당이 후보를 누구를 내세우든 단일화된 야당 후보에게 이길 수 있는 여지가 없는데 한나라당의 후보가 나와서 망신을 당한다면 그것이 더 문제이다. 이런 여세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양보해서 체면 유지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야권의 유력 후보들이 박원순 이사를 단일후보로 내세우겠다고 결정한다면 그것은 이미 서울시장직을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의 내부에서 반발이 있겠지만 외부인사를 영입하려는 당 지도부의 의중과 맞아 떨어져 박원순 이사의 후보 입성은 무난할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 교수의 양보에 촉각을 세운 것이라고 보여지는 것이다. 안철수가 나선다고 했다면 민주당의 전략이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박원순으로 단일화는 민주당에서도 거부감이 없이 수용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 내부의 시장 후보자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어떤 후보를 낼 것인지 아니면 후보를 내는 것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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