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꼼수'의 인기와 아날로그 정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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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꼼수'의 인기와 아날로그 정치의 위기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11.14 14: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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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수(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대표)

▲ 최근 외신에 보도된 팟캐스트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의 녹음 장면.
ⓒ 데일리중앙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이 치러진 10월 3일 장충체육관.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체육관에 들어서자 민주당 지지자들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손학규, 손학규'를 연호하기 시작했는데, 맞은편 박원순 변호사 지지자들이 갑자기 '박원순'을 연호하는 게 아니라, 돌연 '김어준, 김어준'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열기는 훨씬 더 뜨거웠지요. 디지털 정치에 의해 아나로그 정치가 무너지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나꼼수에 의한, 나꼼수의, 나꼼수를 위한' 선거였다는 평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정치의 아이콘인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그리고 김 총수에 의해 진행되는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에 의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무너진데 이어, 10.26 서울시
장 보궐선거에서는 마침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까지 침몰하고 말았으니까요.

사실 SNS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아나로그 정치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6.2 지방선거부터였고, 그 진앙지는 서울시장 선거였습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전 발표된 각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공표금지 6일간 SNS에 의해 기존 판세는 뒤집히기 시작했고, 결국 오 시장은 0.6%p 격차로 신승을 했습니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는 공표금지 마지막날 보도된 바에 의하면, 오
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했고, 실제 그 즈음 실시된 부재자투표를 보면, 6.2 지방선거와 너무도 흡사하게, 패자인 나경원 후보가 승자인 박원순 후보를 11%포인트 차이로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선거는 결국 오차범위내에서 박빙으로 승부가 날 것으로 점쳐졌지만, 예상과 달리 박원순 후보의 낙승으로 끝났습니다.

평일에 치러진 보궐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매체의 영향력은 작년 6.2 지방선거보다 더 커졌고, 그 중심에는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 방송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방송을 통해 폭로된 나경원 후보의 1억 피부과 논란, 부친 사학재단 논란 등이, 사실 여부를 떠나 젊은 유권자, 여성 유권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결국 선거 종반 1주일 사이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공중파 방송도 아니었지만, 야권 단일화를 위해 박원순, 박영선 후보가 첫 토론을 그곳에서 시작했고, 이후 여러 가지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여당 대표인 홍준표 대표까지 직접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꼼수다>의 청취율, 영향력은 더 커져만 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공중파 방송 못지않은 커버리지를 자랑하고 있지요.

전 세계에서 팟캐스트 뉴스&정치 부문 1위를 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나는 꼼수다>의 청취 경험이 전체 성인의 15.4%(리얼미터 조사)로, 일반 유권자로 치면 600만명 가량이 한 번 이상 들어본 것으로 나타났고, 청취자들은 SNS를 통해 방송내용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청취 경험자들은 방송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사실을 믿는 것으로 나타나, 85% 가량이 방송 내용의 사실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물론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발표된 1억 피부과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 캠프 측에서 고발을 했기 때문에, 사법당국의 수사가 진행중이고, 결국 오보였는지, 사실보도였는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테지만, 지금도 주간 단위로 계속 업데이트되는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여러 가지 의혹, 주장들이 워낙 방대해서, 그 파급력이 기존 매체를 능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가히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이제 가장 후진적이라는 정치를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이지요.

<나는 꼼수다>가 저질 방송이라고 비난하는 기성 정치인들의 말보다, 그들을 향해 조롱하고 비아냥대는 <나는 꼼수다> 출연자들의 말을 더 신뢰하는 세태에, 기성 정치인들은 탄식하고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디지털 유권자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수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도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마디 부연하자면, 기존 정치권이 이번 재보궐 선거로 너무 '쫄고' 있는 것 같은데요. 김어준 총수 말마따나, '쫄지마세요.' 그까이꺼 일개 팟캐스트 라디오에 쫄면 정상적인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재보궐 선거 이후 생각보다 크게 흔들리는 정치권을 보면서, 김 총수의 말이 새삼 귓가에 맴돕니다. '쫄지마, 씨바!"

여의도에서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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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정치나해 2011-11-14 14:59:16
세상이 점점 더 바뀌고 있는데, 아직도 옛날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니들이 한심한거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