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업중 학생 불러내 '촛불시위' 조사
상태바
경찰, 수업중 학생 불러내 '촛불시위' 조사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8.05.15 15:07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 덕진경찰서 과잉조사 물의... 네티즌들, 경찰 홈페이지 공격

▲ 전주 덕진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 열린게시판에는 경찰의 과잉 수사를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접속이 불안정하다.
ⓒ 데일리중앙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이 도를 넘고 있다. 마침내 경찰이 시위 배후를 캐겠다며 집회 신고를 낸 고 3학생을 수업 중에 불러내 조사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주 덕진경찰서 정보과 김아무개 형사는 지난 6일 전주 ㅇ고등학교를 찾아가 이 학교 3학년 심아무개군이 집회 신고를 낸 경위와 배후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김군은 5일 자신이 속한 인터넷 모임이 주최한 촛불 집회 신고를 냈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7일 취소했다.

당시 심군은 학교에서 한국 지리 수업을 받고 있었고, 담임 선생님에 의해 경찰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심군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국 지리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교실로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귀를 잡아끌었다"며 "잠시 뒤 학생 주임실로 끌려가 보니 경찰이 앉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심군은 담임으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담임에 의해 경찰에 넘겨진 심군은 김 형사로부터 어떤 단체에 소속돼 있으며 누가 지시했는지, 언제부터 인터넷 모임 활동을 했는지, 인터넷 모임의 운영자는 누군지 등을 조사받았다.

심군은 "아침에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불려갔더니 경찰이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어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며 "경찰은 물론 곁에 학생주임 선생님까지 있어서 무섭고 불안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그러나 경찰의 별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군을 조사한 경찰은 "순수한 정보활동 차원이었다"며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나 상부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수업 중에 학생을 불러낸 데 대해서도 "직접 찾아가야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심군의 담임 선생님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경찰의 이러한 과잉 대응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청소년들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공안식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네티즌들의 분노도 잇따르고 있다. 덕진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아 15일 오전부터 접속이 불안정한 상태다.

네티즌들은 "미친소의 정체와 이명박 대통령 이하 장관들과 경찰들의 잘못 된 점을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촛불집회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으니 나를 잡아가 조사하라"며 경찰의 과잉 대응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최우성 기자 rambo536@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삼식이 2008-05-15 23:45:02
국민을 섬기는 것도 가지 가지네.
수업받는 고등학생 불러다가 족치는게 국민섬기는 정부가 할 일이라는 것인가.

김광철 2008-05-15 23:31:59
전두환 전 대통령 허허 웃겠다.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니 참 한심스럽다.
고등학교에 경찰이 들어가는것이 정당한 정보수집활동이라니
이 말은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미국소 때문에 벌어진 일 같은데
누구 말처럼 지나가는 미국소가 웃겠다. ㅎㅎㅎ

괘심적 2008-05-15 18:53:17
경찰이 이제 막가자는건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저런 선생 저런 어른들 밑에서 애들이 뭘 보고 배울까.
참 한심하다. 대통령을 왜 이렇게 뽑았을까 참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