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장님의 콧물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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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의장님의 콧물이 그립습니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1.12.3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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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근 양천갑 국회의원 예비후보, 김근태 선배와의 추억 회상

"갑자기 의장님의 콧물이, 맑은 콧물이 보고 싶다."
"나는 나보다 몇 십 배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 몇 번이고 까무러치는 상태에서, 고문한 그 조사관들의 얼굴과 이름을 다 기억하고, 그 날짜와 시간까지 대충 재생해서 훗날 그들에 대한 법적 징계를 가능하게 했던 서울대 학생 김근태의 초인간적 능력에 오직 감탄할 뿐이요."
(리영희 선생의 책 '대화' 중에서)

내년 총선 민주통합당 서울 양천갑 권보근 예비후보는 30일 김근태 선배를 리영희(작고) 당시 한양대 교수의 책 <대화>를 통해 처음 만났다고 회상했다. 리영희 교수는 서슬퍼런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인 1977년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 수감됐고, 리 교수는 그때 고문 위협을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김근태 선배를 언급한다.

"그 고문을 당해본 사람만이 알지만, 생명이 들고 나고 하는 극한 상황에서 김근태 학생 같이 적의 정체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초인간적이라, 나는 그런 점에서도 김근태는 장차 큰일을 할 만한 인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어." (리영희 선생의 책 '대화' 중에서)

권보근 후보는 "책에서 김근태 의장님을 김근태 학생이라고 언급하는 것, 사실 나에게 그는 민주화 투쟁의 살아있는 화석 같은 인물인데 리영희 교수는 '김근태 학생'으로 그냥 '학생'이라고 부르는 게 흥미로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6년 열린우리당 총무팀에서 근무할 때, 어느 토요일 김근태 의장님께서 당사에 오셨다. 그리 추운 날씨도 아니었는데 의장님께서는 맑은 콧물을 흘리고 계셨다. 나는 콧물 닦으시라고 얼른 휴지를 드렸다. 의장님께서는 멋쩍으신 듯 '고마워, 권보근 부장'하고는 코를 쓰윽 닦으셨다"고 했다.

이어 "의장님께서 콧물이 흐르는지도 모르는 것, 아마 젊은 날의 민주화 투쟁 중에서 당한 고문 후유증으로 감각이 줄어든 탓 같았다. 그 뒤로 자세히 보니 의장님은 걷는 것도, 옷 입는 것도 불편해하셨다. 그 또한 고문의 후유증이라. 고문으로 아직까지 몸에 남은 고통을 함께하던 김근태 의장님은 당직자들 앞에서는 항상 밝은 웃음으로 격려해주셨다. 그런 몸으로 당의 수많은 일정도 소화하셨다"고 기억했다.

권보근 후보는 "아마 그는 단 하나의 바람으로 그런 몸을 이끌고 정치를 하셨겠지. 바로 이 땅의 진정한 민주화였을 것이다. 그는 민주진영을 대표하는 세대교체의 주역이셨다. 또한 정당 민주화의 선도주자셨다"고 추억했다.

권 후보는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 정치는 정당 민주주의, 선택의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시기에 김근태 의장님께서 타계하셨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라고 슬퍼했다.

"갑자기 의장님의 콧물이, 맑은 콧물이 보고 싶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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