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만5000 볼트의 고압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려는 한국전력 쪽과 이에 결사항전하는 주민들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밀양 송전탑 사태가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송전탑을 기어코 세우려는 한전 쪽과 이를 결사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대립, 충돌하면서 최근 주민 한 분(이치우씨)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밀양 송전탑 사건의 원인으로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 현행법에 의한 한전 쪽의 무리한 공사 강행과 주변 토지의 피해는 고려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보상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조경태 국회의원은 2일 "제2의 불행한 밀양 송전탑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재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전원개발촉진법'상의 주민의견 수렴절차에 대한 개선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전원개발촉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업 시행 전에 주변지역 주민의 재산권과 생존권 보호를 위해 해당 지역 전체면적의 2/3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 입법에는 우제창·조해진·김재윤·이종걸·권영길·강기갑·백재현·김재균·노영민·김영록 의원 등이 동참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조경태 의원은 "해당 지역 토지소유자의 2/3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면 한전 측에서도 지역주민 동의를 위해 지역주민에 대한 설명과 보상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고 지금처럼 개발독재시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의원은 또 "현재의 송전탑 건설 위주의 기존 송전방식에서 향후에는 송전선 건설과 관련한 '지중화'와 '초전도케이블 기술' 사용 등의 기술도입 방식에 대한 검토와 실용화에 대한 연구도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입법 추진에 대해 밀양시는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밀양시 공보담당관실은 이날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밀양의 송전탑 사태는) 고압 송전탑이 지나가는 지역에 대한 보상 기준이 너무 낮고 보상 범위도 너무 좁은 게 한 원인"이라며 "한전 쪽은 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보다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열사 분신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밀양 내일동 밀양 관아 앞에서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출범식을 겸한 집회를 열어 송전선로 공사중단과 신고리 핵발전소 추가 건설 반대를 요구했다. 이들은 시가행진하며 '송전탑 반대'와 '책임자 처벌'을 외쳤다.

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매주 수, 금요일 저녁 6시30분부터 밀양 영남루 앞에서 이치우 어르신을 기리고, 765송전탑 백지화를 염원하는 촛불문화제를 열며 여론을 모을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