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정치관계법 협상이 또 파행됐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14일 오전 오후 잇따라 원내지도부가 접촉을 갖고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상에 나섰으나 합의 후 뒤집기가 연출되며 파행으로 얼룩졌다.

새누리당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오는 16일과 17일 오후 2시에 각각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16일 1차 본회의에서는 선거구 획정을 포함한 정치관계법을 우선 처리한 뒤 대정부질문을 국정 전반에 걸쳐서 실시하기로 했다.

17일 열리는 2차 본회의에서는 1차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한 필요한 안건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조율했다.

민주당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다만 한 가지 전제가 되는 것은 16일 본회의에서 안건 처리 후 대정부질문을 하는데 이 안건은 정치관계법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합의된 의사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여야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뒤집어졌다.

두 당이 서로의 입장을 트집잡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정치관계법이 합의되지 않으면 15일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에 협조할 수 없다고 선수를 쳤고, 그러자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말자"고 맞장구를 쳤다. 16, 17일 국회 본회의 일정도 없던 일로 하자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이에 민주당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한마디로 역대 최악의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새누리당, 지금 장난하냐. 보다 보다 이렇게 무책임한 집권여당은 역사상 처음 본다. 새누리당은 과거 한나라당보다 더 못한 정당"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돈선거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모바일 투표를 사실상 거부하고, 벌써 처리됐어야 할 선거구 획정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이 새누리당 쇄신의 본질인가, 새누리당 정권은 4.11 총선을 치르지 말자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여야가 이렇게 세월가는줄 모르고 정치공방을 계속하자 중앙선관위가 정치권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중앙선관위 장기찬 공보관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중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공보관은 "만약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고 18대 총선 때와 같은 지역구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총선이 완전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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