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구를 빨리 획정하라고 정치권을 거듭 압박했다. 선관위는 오는 1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를 포함한 정치관계법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중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찬 중앙선관위 공보관(대변인)은 14일 낮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국회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로 선거구 획정 문제를 매듭짓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장 공보관은 "만약 16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고 18대 총선 때와 같은 지역구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총선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1년 10월 25일 '국회의원 지역구 인구편차 헌법심판'에서 인구편차의 허용 한계를 1:3으로 판결했다. 인구편차가 상하 1:3을 넘지 않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헌재 판결을 따르지 않을 경우(인구 하한선이 상한선의 1/3에 미치지 못하거나 상한선이 하한선의 3배를 넘을 경우) 선거 결과는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 파주시 등 몇 군데가 이에 해당되지만 이를 치유하지 않을 경우 지역구 선거 전체가 무효화된다.

또한 선거구가 빨리 획정되지 않으면 일부 후보는 선거인이 아닌 유권자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나중에 선거구가 통합되거나 분구돼 획정되면 일부 선거구의 경우 해당 유권자와 후보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따른 행정 낭비, 비용 낭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는 이러한 파행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선거구를 획정해 선거인과 후보를 특정해야 한다고 정치권에 거듭 주문했다.

장기찬 공보관은 그러면서  "선거구 획정 문제는 표결로는 안 갈 것이다. 여야가 합의 처리할 것으로 믿는 다"며 여야의 정치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 정치관계법이 표결로 처리되는 경우는 없다. 

정치권도 선관위의 강력한 요구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여야는 어떻게든 16일까지는 선거구를 획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개특위 이경재 새누리당 의원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합의가 안돼 죄송하다"며 "16일까지는 어떻게든 여야 간 합의를 도출해내겠다"고 밝혔다. 16일은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총수를 그대로 둔 채 경기 파주시와 강원 원주시를 분구하고 세종시를 단독지역구로 신설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들 3곳에다 용인시 기흥선거구를 신설하고 대신 영남 3곳과 호남 1곳의 지역구를 줄이는 이른바 '4+4'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총수와 비례대표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세종시 신설 등 4개를 줄이고 4개를 늘리는 '4+4'안이 국회의원의 인구·지역 대표성이 헌법에 부합하는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확신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4+4' 방안을 받지 못하겠다면 민간 자문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권고를 기초로 세종시 독립 선거구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받아들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