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경선 부정선거와 관련해 안팎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사퇴를 거부했다.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편파적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정희 대표는 4일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에게 주어진 대중의 요청이 ▷책임에 대한 문제와 ▷진실에 대한 공정한 규명 등 두 가지라고 정리한 뒤 책임도, 진상조사위의 결론도 다 부정했다. 비당권파와의 정면 대결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가 전여농 지도부와 함께 국회 기자회견에서 울면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지만 이를 뿌리친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대립 갈등이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아주 격렬하게 진행될 공산이 커 보인다.
"과연 누가 진보정치에 십 수 년 몸바쳐온 귀한 당원들을, 야권연대 경선을 힘겹게 치르는 중에도 현장투표소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한 아까운 당원들을, 책상머리에서 부정행위자로 내몰 수 있습니까."
이정희 대표는 먼저 진상조사위의 보고서를 "편파적이고 부실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못믿겠다고 했다. 이번 진상조사는 자신이 서울을 떠나 부산의 한 요양원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머물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초보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조사방식,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투표 모두에서 정당성과 신뢰성을 완전히 잃었다는 부풀리기 식 결론은 모든 면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조사위원회는 진실을 밝힐 의무만 있을 뿐이지, 당원을 모함하고 모욕 줄 권한은 없다"고 공격했다.
그는 "당의 그 누구라도 그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아무리 진상조사위원회라 해도 마찬가지"라면서 "저는 당원들의 마지막 남은 자긍심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에 온몸으로 책임을 지고 당직을 내놓고 거취를 정리하라는 요구에도 정면으로 반발했다.
이 대표는 "책임져야 할 현실을 피하지 않겠다"면서도 "즉각적인 총사퇴는 옳지 못한 선택"이라며 당직 사퇴를 거부했다. 오는 12일 향후 정치 일정이 확정될 당 중앙위원회가 끝나는 즉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오는 6월 3일 실시될 당직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이 중대 기로에 선 마당에 당 대표 선출을 위한 6.3당대회가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는 특히 "비대위는 당을 장기간 표류시킬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분당도 비대위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고, 과도기 지도부의 임기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극단의 상황에 내몰린 분당의 골짜기도 넘어 역사적인 진보통합과 야권연대를 성사시킨 주역들이 바로 당원여러분들"이라며 "여러분들이 나서 당의 원칙과 정신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는 "참담하다" "가슴이 먹먹하다" "부끄럽다"는 말을 연발하며 현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