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의 구명 운동 논란에 휩싸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즉각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안철수 교수는 지난 2003년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 운동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대담집을 펴내며 거침없이 내달리던 대권행보에 최대 악재를 만난 것이다.

30일 안 교수와 재계 등에 따르면, 안 교수는 2003년 4월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된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브이(벤처)소사이어티(V-SOCIETY)' 전체 회원들과 함께 탄원서를 냈다.

브이소사이어티는 2000년 9월 최태원 회장 주도로 대기업과 벤처기업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벤처 육성에 도움이 되고자 만든 친목단체다. 안 교수도 그 취지에 공감해 동참했다.

브이소사이어티를 이끌던 최 회장이 2003년 구속되자 회원들 사이에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회원 전체가 참여한 탄원서에 안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최 회장은 2003년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 등은 이러한 판결에 대해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솜망방이 처벌'이라고 지적했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안 교수가 9년 전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된 재벌총수의 구명 운동을 벌인 것은 그가 최근 강조하는 사법정의나 기업윤리와 모순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 교수는 최근 펴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강조하며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단죄와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새누리당이 안철수 교수를 향해 총공세에 나섰다. 안 교수를 향해 "책 따로, 행동 따로 원칙으로 국민을 속일셈이냐"고 성토했다.

최수영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내놓은 논평을 통해 "정의를 화두로 재벌개혁을 강조하며 새 시대의 가치를 내세우고, 사실상 대권가도를 달리던 안 원장이 재벌총수의 구명을 위해 앞장섰다니 이게 무슨 말이냐"고 지적했다.

최 부대변인은 "한사람의 생각과 입에서 이렇게 다른 말과 행동이 나온다는 것은 그 사람이 인식과 논리가 이중적이기 때문"이라며 "안철수 원장은 자신의 이중성과 허위의식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솔직한 자기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거세게 일자 안 교수는 이날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내고 9년 전 사려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안 교수는 "2003년 당시 브이(벤처)소사이어티 회원으로서 전체 회원 명의로 법원에 제출되는 탄원서에 서명한 일이 있다"며 "10년 전의 그 탄원서 서명에 대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그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 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한국 경제에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나, 그 역할과 비중에 걸맞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지금 누구든 법을 어기면 공정하게 처벌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따라서 이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안 교수의 이러한 입장 발표에 대해서도 "그의 이중적 잣대에 상당한 의구심을 보낸다"며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