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선후보 검증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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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선후보 검증 제대로 하자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2.08.3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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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석 민주당 전 원내대표

이 칼럼은 김효석 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최근 여야의 대선 후보 검증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소회를 밝힌 글이다. 김 전 원내대표의 양해를 얻어 가공없이 전문을 그대로 싣는다. - 편집자 주

▲ 김효석 민주당 전 원내대표.
ⓒ 데일리중앙
이제 내일 모래가 9월이니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가 확정되었고, 민주통합당은 경선레이스가 진행중이다. 안철수원장은 아직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도 관심과 지지율은 쉽게 식지 않고 있다. 안철수 현상이 단순한 대중적 인기만은 아닌 듯싶다. 박근혜 후보의 컨벤션 효과, 네가티브 공세에도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박근혜후보는 미래가치를 얘기하고, 봉하마을을 방문하며 화합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새누리당 움직임을 보자. 원내대표는 공식석성에서 ‘최근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묻지마 살인이 민주당 탓’이라는 어이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뒤집어 씌우기다. 룸살롱 의혹은 언론이 먼저 꺼내고 이를 받아 새누리당에서 의원들과 대변인이 앞 다투어 불을 때는가 했더니 박근혜 후보까지 나서서 본인이 해명하라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 우연이라기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되고 각자가 자기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공작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번 대선이 말꼬리 잡기로 주고받고 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려는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 안풍으로 표출되고 있는 국민들의 요구는 이번 대선이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미래를 바라보는 선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근거 없는 루머라는 것이 드러난 룸살롱 건만 해도 나는 박근혜 후보가 ‘안교수가 나서서 해명하면 될 것이 아니냐’라기 보다는 ‘이런 얘기를 가지고 대선판을 흐리게 하지 마라. 그리고 근거 없는 루머를 만들지 마라’고 했더라면 박후보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사찰과 공작은 보수정권의 전유물이었다. 보수정권은 포장술에도 능하다. 박근혜 후보의 방식은 이들과 무엇이 다른가 국민들에게 보여야 할 때이다.

새누리당은 안원장 검증에 대해서 ‘이런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어마어마한 검증이 기다리고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무차별 검증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도대체 안철수 원장이 살아온 길이 어떻길래 그렇게 큰 소리치는 것일까? 공포와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이번 대선이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눈에는 이번 대선이 걱정스럽게 보인다.

검증은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기본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먼저 각 후보의 가치철학, 비전, 정책을 통해 누가 과연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에 부합한 인물인지 검증해야 한다. 2012 대선의 시대정신은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갈망, 심화되는 양극화를 넘어 국민전체를 아우르는 사회통합을 이루어 내고, 시민의 참여와 연대를 지향하는 소통의 리더십일 것이다.  

검증의 잣대가 동일해야 한다. 언론이 다른 잣대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안철수의 룸사롱을 논란꺼리로 삼으려면 박후보의 주변 처신은 어떻게 했는지 함께 보자. 안교수의 친인척을 거론하려면 박후보의 친인척을 같이 거론하는게 옳다. 안철수재단을 문제 삼으려면 정수장학회와 함께 비교해 보자. 안교수의 말바꾸기를 보자고 한다면 박후보는 어땠는지 함께 보는 것이 옳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성인군자처럼 살기만은 어려울 것이다. 깨끗이 살려고 노력해도 겨가 묻을 수 있는 법이다. 안교수는 본인 스스로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다’라고 했음에도 성인의 잣대를 들이 대며 흠집내기를 시도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언론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이 책임이 크다. 언론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프로가 사라졌다. PD수첩 자리에는 예능프로로 대체되었다. 언론사 사장이 갖은 의혹과 비리에도 끄덕 없이 자리를 버티고 있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도 그대로 임명되는데도 언론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일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는 어떻게 했나? 껍데기로만 반대하는 척했지 실제로는 용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나 대선은 지난 임기동안의 집권정당에 대한 평가로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정당정치의 상식이다. 집권당을 조금씩 바꾸어가면서 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정당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를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이 대선의 본질이다. 우리도 지난 5년 동안 MB정부와 새누리당에서 추진한 MB노믹스의 결과는 어땠는지, 과거 정부에서 줄기차게 문제를 삼았던 국가부채는 어떻게 되었는지, 남북문제는 어떻고, 민주주의와 인권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등등을 평가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는 마치 딴나라당 출신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MB 정부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박후보는 이명박정부의 상당기간 동안 당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다. 박근혜후보의 새누리당과 MB의 한나라당이 무엇이 다른가?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정치를 보여주길 바란다.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대선 후보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를 룸사롱 출입이나 단란주점과 같이 말꼬리잡기, 신상털기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럴듯한 공약이나 미사여구로 판단하기 보다는 평생 어떤 길을 살아 왔는가를 보아야 한다. 삶의 철학은 무엇인가, 공익적인 자세는 어떠했는가, 공동체에 대한 포용정신이 어떠했는가, 공정사회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가 등등. 

최근 안철수 원장에 대한 네가티브 공세가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안풍을 차단하면서 시대정신을 가볍게 여기려는 시도를 용인해서는 안된다. 안철수원장을 통해서 표출된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열망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풀이 바람에 눕는 것은 자신을 굽히는 것이 아니다. 풀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언 땅을 비집고 일어나 다시 희망의 싹을 틔운다. 여야의 대선 후보들은 안철수의 바람에 담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우리 국민의 시대정신을 읽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대선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 가기를 바란다.

데일리중앙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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