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단일화, 누가 되든 민주당 이름표 달아야 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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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단일화, 누가 되든 민주당 이름표 달아야 승산"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2.09.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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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방안 제언... "무조건 합칠 것이 아니라 온전하게 결합해야"

"우리가 DJ 대통령 만들 때 39만표로 이겼고, 정몽준-노무현 단일화로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할 때 57만표로 이겼다. 두 분의 승리를 다 합해도 이긴 표가 100만 표도 안 되는데 지난 번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질 때 530만표 졌다. 크게 봐서 우리의 지지표를 모두 잘 모아내야 조금 이기는 세력이다."
김한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거론되고 있는 야권의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누가 되든 민주당의 이름표를 달고 나가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중심의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말로 들리기도 하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민주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당을 먼저 쇄신해야 한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선대위 선거기획을 총괄했고,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창구역할을 했던 자타 공인 협상 전문가다.

그는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화 출연해 대선 승리를 위한 선제 조건으로 강도 높은 당 쇄신을 거론했다.

그는 "민주당이 새롭게 변하는 데 마누라와 자식만은 빼고 나 자신은 빼고 이런 식의 사고 가지고는 안 될 정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나 자신까지 쇄신의 대상이 되겠다는 독한 각오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지도부 2선 후퇴론으로 귀결된다.

김 최고위원은 "사실상 지도부가 지난 몇 달 동안 쇄신하지 못했으니까 이제는 지도부가 2선으로 후퇴해서 후보에게 쇄신할 수 있는 힘이라도 줘야 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며 '후보에게전권을 줘야 한다'는 당내 초선 의원들의 요구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고 친노(친노무현) 등 특정 세력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내 모든 세력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무조건 합친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합치긴 합치되, 양쪽의 지지세력이 한 모퉁이도 떨어져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온전하게 합쳐져야 겨우 이기는 선거"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 세력 안에서도 친노는 안 된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도 모두가 하나가 돼서 뭉쳐야 하고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분들도 한 모퉁이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채로 우리하고 다 합쳐져야 겨우 이기는 대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온전한 결합'을 강조했다.

지금 문-안 단일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일반적인 게 여론조사를 통한 노무현-정몽준 식의 단일화다. 여기에 한 쪽이 대통령, 한 쪽이 총리하는 식의 DJP 연합방식과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식의 담판으로 한 쪽이 양보하는 방식이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은 단일화 방식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단 양쪽의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것을 지향한다는 것을 서로가 분명히 하면서 그분들의 평가를 받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연휴 이후인 10월 초에 두 분의 지지율이 수치화될 때 그것을 보면 앞으로는 두 분이 혹은 두 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어떤 모양새로 합쳐가는 게 가장 좋겠다 하는 것이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단일화가 이뤄지려면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앞서면 단일화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로 후보 단일화에 승산이 있다고 자신할 때 비로소 단일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DJ 대통령 만들 때 39만표로 이겼고, 정몽준-노무현 단일화로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할 때 57만표로 이겼다. 두 분의 승리를 다 합해도 이긴 표가 100만 표도 안 되는데 지난 번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질 때 530만표 졌다. 크게 봐서 우리의 지지표를 모두 잘 모아내야 조금 이기는 세력이다."

그는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된다"고 말했다. 보수 결집에 맞서 야권이 총단결해도 이길까 말까하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에 다행히 안철수 원장이라는 세력이 있긴 하지만 그분을 지지하는 표를 어떻게 다 우리 편으로 만들 수가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좀 고민이 깊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정부론도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이 또한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이 선차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민주당에 안철수 원장이 그냥 더해진다고 해도 민주당이 변하지 않은 채로 있으면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던 표중에 상당수가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안철수 원장이 구 정치세력을 구체제라고 비판했다"며 "그 비판한 것에 대한 온당한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후보가 하나가 되더라도 양쪽의 지지자들이 온전하게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소위 구태정치의 껍질을 깨고 우리가 승리하든가 아니면 기득권 껴안고 주저앉고 말 것인가, 이것을 이제는 선택할 시점에 우리 민주당이 와 있다"며 거듭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역설했다.

민주당 지도부(최고위원회)는 최근 이러한 당안팎의 여론을 반영해 당운영에 관한 전권을 문재인 대선 후보에게 넘겼다.

한편 대선 출마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온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19일 오후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권 도전에 대한 자신의 결심을 밝힐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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