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유치장 화장실·CCTV 국가배상청구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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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유치장 화장실·CCTV 국가배상청구 소송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3.03.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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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45명, 서울중앙지법에 소장 제출... 21개 경찰서 상대 위자료 청구

▲ 경찰서 유치장 수용 피해자들이 경찰서 유치장의 개방형 화장실과 폐쇄회로 TV에 대해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은 전국 21개 경찰서가 포함됐다.
ⓒ 데일리중앙
그동안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경찰서 유치장의 개방형 화장실과 폐쇄회로 TV(CCTV)에 대해 국가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됐다.

2010년 이후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됐던 피해자 45명은 11일 각각 50만원씩 모두 225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소송 대상이 된 경찰서는 종로경찰서 등 서울청 산하 12개 경찰서를 비롯해 전국 6개 지방청 산하 21개 경찰서다.

문제가 된 경찰서의 유치장 화장실은 사방이 막힌 밀폐형이 아니라 미닫이문만 있는 개방형이다. 이에 따라 수용자들은 용변을 보는 모습과 소리, 냄새가 같은 유치실에 수용됐 있는 유치인뿐만 아니라 감시하는 유치인보호관들에게도 노출돼 심한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유치인보호관(경찰관)이 감시하는 곳에서 유치실을 향해 CCTV가 설치되어 있어 용변을 보는 모습이 감시 및 녹화될 수도 있다. 특히 여성 피해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 참조)

▲ [그림] 부산 동부경찰서 유치장 화장실 내부 모습. (실제 수용됐던 원고 중 한 명이 기억에 따라 그림)
ⓒ 데일리중앙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1년 경찰서 유치장 내 차폐시설이 불충분한 화장실 설치 및 관리행위가 유치인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헌재 결정 취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경찰청에게 받은 정보공개자료에 따르면, 유치장이 있는 전국 112개 경찰서 중 70개(62.5%)가 밀폐형 화장실이 하나도 없다.

또한 전체 화장실 925곳 가운데 밀폐형 화장실은 116곳(12.5%)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방형 화장실이다. 모든 화장실이 밀폐형 화장실로 개선된 경찰서는 서울청 1개(도봉서), 부산청 1개(동래서), 인천청 2개(남동서, 서부서), 대전청 1개(동부서), 충남청 1개(천안동남서) 등 전국적으로 6개에 불과했다.

유치장 CCTV 설치 또한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유치장 CCTV가 자살 등의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미 경찰이 유치장 안에서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면서 대면계호를 하고 있으므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유치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경찰이 자살 등을 방지할 수 없다면 CCTV가 있다고 해서 자살 등을 방지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또한 대면계호와 CCTV가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면계호는 인간의 불완전한 기억 속에 보관될 뿐이고 재현될 수 없다. 반면 CCTV로 녹화된 내용은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하고 복사되어 유포될 수 있으며 원하는 특정부분을 정밀하게 촬영하거나 확대할 수 있고 편집이 가능하다.

이처럼 유치장 CCTV는 설치 목적도 부당할 뿐만 아니라 유치인의 프라이버시를 필요 이상으로 침해한다는 점에서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살아생전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한 유현석 변호사.
ⓒ 데일리중앙
이번 소송에는 △2011년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혐의로 구속되거나 체포된 송경동·정진우·김혜진·정기선 씨 △한진중공업 2011년 정리해고자 박영제씨 △2011년 한미FTA 저지 시위에서 연행된 이강실 목사(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2010년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집회에서 연행된 김정욱 조합원(쌍용차지부) △2012년대구시지노인병원 투쟁으로 구속됐던 임성열 본부장(민주노총 대구본부) △2011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촉구 집회 건으로 2012년 2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가 유치장에 수용된 김병용 사무국장(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로 1년8개월 동안 수배됐다가 2010년 체포된 강민욱 전 의장(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또 △2011년과 2012년 6.15청학연대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홍제동 보안수사대에 연행된 유승재·이희철·유선민씨 △2010년 노조 투쟁 중 체포영장이 발부돼 연행된 정연재 지회장(발레오만도) △2010년 4대강사업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41일 간 이포댐 기둥 상단을 지켰던 염형철 사무총장(환경운동연합)과 박평수 집행위원장(고양환경연합) △2011년과 2012년 강원도 골프장 반대 활동 중 체포된 박성율 공동집행위원장(범도민대책위원회)과 조승진 부위원장(강릉 구정리 대책위원회) △2010년 중앙대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한강대교 남단 아치를 점거했던 김창인씨(대학생) △2011년 3월 자본주의연구회 사건 연행자 면회를 요구하다 홍제동 보안수사대 앞에서 연행된 대학생들 △2010년 노동자대회에서 연행된 대학생들 △2011년 반값등록금 집회에서 연행된 박자은 전 의장(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등 대학생들 △2012년 4월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규탄 시위에서 연행된 대학생 △2012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에서 체포된 대학생 등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고 유현석 변호사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으로 구성됐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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