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국토부 퇴직자들의 용돈자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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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은 국토부 퇴직자들의 용돈자판기?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3.1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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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사장의 58% 싹쓸이... 문병호 "더이상 관료집단 노후대책본부 안된다"

▲ 국회 국토위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1일 국토부 산하 공기업 사장의 58%를 국토부 퇴직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데일리중앙
국토교통부 소관 공기업 사장 절반 이상을 국토부 퇴직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국회 국정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1일 국토교통부 소관 14개 공기업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토부 퇴직 공무원들이 공기업 사장의 58%를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공석인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도로공사를 제외한 12개 공기업 중 7개 공기업의 기관장(사장·이사장·원장)이 모두 국토부 퇴직 공무원이다.

해당 공기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시설안전공단, 교통안전공단, 한국감정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다.

또 14개 공기업 중 사장 자리가 공석이거나 상임감사 보직이 없는 3개 기관을 제외한 23명의 사장과 상임감사 중 17명(73.9%)도 낙하산이다. 국토부 등 중앙행정기관과 군, 경찰 등 이른바 정년이 보장된 일반직 공무원 출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일반직 공무원들이 정년까지 보장받고도 모자라 퇴직 후에도 공기업으로 낙하산 취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철도시설공단, 도로공사, LH공사의 경우는 업무 관련성과 전문성이 있는 감사원 출신이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반면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감정원은 군 출신 ▷한국공항공사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출신 ▷대한주택보증은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 ▷철도공사는 경찰 출신이 맡는 등 전문성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가 상임감사 업무를 보고 있다.

본부장급의 상임이사들의 경우는 내부승진 케이스가 70.4%나 돼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다른 한편에선 낙하산으로 내려온 국토부 관료들의 경우 예전부터 소관 공기업의 실·처장급 고위직원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조직 장악을 위해 자기사람을 발탁해 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출신지역 별로는 기관장과 상임감사를 포함한 전체 상임이사 67명 가운데 27명(40.3%)이 영남출신이었다. 다음은 충청(15명,22.4%)과 호남(8명,11.9%)이 뒤를 이었다.

철도시설공단은 이사장부터 상임이사까지 모두 영남 출신이었으며, 교통안전공단은 이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영남 출신들로 이뤄졌다.

JDC의 경우 현 이사장을 포함해 2005년 이후 8년째 이사장 자리를 제주 오현고 출신이 독점하고 있다. 현직 상임이사 2명 중 1명도 오현고 출신으로 드러나 특정 고교의 독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병호 의원은 "더 이상 공기업이 관료집단의 노후대책본부, 용돈자판기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제대로 국민에게 기여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국민에게도 겸손한 CEO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공기업을 '관리·유지'와 '경영·혁신'이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때 관리와 유지가 주요기능인 공기업은 제외하더라도 LH나 철도공사, 공항공사 같은 곳에는 관료들이 재취업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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