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과거 정부 물고 늘어지는 습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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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과거 정부 물고 늘어지는 습성 있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4.05.0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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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현 칼럼리스트 지적...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은 사과만, 박근혜는 '남탓' 타령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들에게 묵념하고 있다(왼쪽).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오른쪽)에서 세월호 참사 사과를 하면서도 과거 정부 탓을 늘어놓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청와대)
ⓒ 데일리중앙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자기 반성보다 남탓만 하는 습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사칼럼리스트 이숙현씨는 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나와 박 대통령에 대해 "과거 정부를 물고 늘어지는 일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했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사과를 하고도 비난을 받는 형국이 된 것이다. 세월호 피해자들과 국민들은 대통령이 사과를 했지만 진심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벌써 다섯 차례 국민 앞에 사과를 했다. 그러나 매번 국민은 대통령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숙현씨는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와 진정성 없는 사과에 대해 하나하나 짚었다.

그는 "먼저 취임 초로 가보자. 소위 '인사 참사'로 인해 사퇴한 사람이 장차관급만 6명 정도됐고, 여론이 악화되자 청와대는 평일도 아닌 토요일(3월 30일) 오전에 말그대로 '기습적인 사과'를 했는데... 이게 더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사건, 국정원의 간접 증거조작 문제 등 이번까지 대통령은 5번의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대통령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과가 아니라며 논란이 됐다.

지금도 국민들 기억 속에는 이른바 '17초 사과' '대독사과' 등 '박근혜식 사과' 풍경이 생생하다.

이숙현씨는 "당시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지적됐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도 아니고 당시 허태열 비서실장이 두 줄짜리 사과문을 썼고, 그마저도 김행 대변인이 대신 읽었다던 걸 아마 기억하실 거"라며 "사과문은 두 문장이었고, 이것을 읽는데 딱 17초 걸렸다. 내용도, 형식도 모두 낙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형식상의 사과라는 비판이 줄곧 나왔다. 결과적으로 안하느니만도 못한 사과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4월 29일 대통령의 국무회의 비공개 사과에 격앙됐다. 유족들은 "그것은 사과도 아니다"라며 반발하며 강력 대응했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분향소에서도 그냥 광고 찍으러 온 것 같았다. 진정한 대통령 모습이 아니다. 실천과 실행도 없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우리나라엔) 5000만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의 국민은 국무위원뿐이냐"고 흥분했다.

그날 대통령의 국무회의 비공개 사과가 세월호 피해자들과 국민을 더욱 격앙시킨 것은 남탓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이숙현씨는 "깔끔하게 사과만 한 것도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저는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고 했다"며 "대통령의 발언에는 늘 '일관성'이라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 일관성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때도 그랬고, 원전 마피아 문제 때도 그랬듯이 과거 정부를 물고 늘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숙현씨는 "이런 식으로 남탓하고 지난 정권을 탓하기 시작하면, 사실 이승만 정부까지 올라가야겠다"고 빈정대듯 말했다.

사과를 할 때는 사과만, 지시를 할 때는 지시만, 또 질타를 할 때는 질타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남탓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사과에 위로받을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참담하기까지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이전 정부라고 언급한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의 사과를 한번 보자.

이번 사건으로 주목받는 '서해 훼리호 사고'는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뒤 8개월 만에 일어났다.(1993년 10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사고 발생 8일 만에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해 "... 국민 앞에 거듭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또 이듬해 10월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나자 사흘 만에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김 대통령은 역시 "...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국민께 사죄하며 머리를 숙였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도 씨랜드 사고, 대구지하철 사고 등 대형 참사가 이어졌는데, 그때 대통령의 어떻게 사과했을까.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6월,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이 발생하자 바로 다음날 합동분향소를 찾아 "대통령으로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피해자 가족과 국민을 위로했다.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화재로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을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노무현 대통령은 사고 발생 사흘 만인 2월 21일 대통령직 인수위 회의에서 사과를 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보고 국민에게 죄인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어느 대통령도 사과를 할 때 과거 정부나 전임자 탓을 하지 않았다. 사과할 때마다 과거 정부 탓을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우리 국민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충분한 자기 성찰과 국민 눈높이에서 국정을 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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