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여중고생들 "안전한 교육환경을 보장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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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여중고생들 "안전한 교육환경을 보장해주세요"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4.07.17 17: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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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기자회견 열어 용산 화상경마장 폐지 촉구 ... 마사회, 시범운영 뒤 결정

"경마도박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우리 학생들을 경마도박장으로부터 지켜주시려고 발의하신 법안들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주십시오!!"

"학교는 마을의 등불입니다." "국회에서 저희들을 도와주세요!"

한국마사회의 용산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이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성심여자중고등학생들이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 국회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용산 성심여고 한채울 학생회장, 최수현 부학생회장, 성심여중 홍성연 학생회장, 조선영 부학생회장 등 성심여중고생 39명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희 학생들은 학교 앞 입점 예정인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때문에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조차 두려움에 떨며 지내고 있다"며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지하 7층 지상 18층으로 1만8000제곱미터가 넘는 이 마사회 화상경마장은 마을 하나 크기로 전국 최대의 규모다.

성심여중고에서 불과 235미터 떨어져 있다. 걸어서 5분 거리다.

근방에 6개의 학교가 있고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지만 마사회는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4년 동안 건물을 지어왔다고 한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일주일에 세 번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오전부터 저녁 7시50분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요일에는 학교 학생들 전체가 등하교하는 시간과 겹치고 토요일 역시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서 진행되는 자율학습 시간과 겹쳐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마사회는 학생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폐쇄회로(CC)TV와 무술경호원을 배치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사고가 난 후에는 CCTV와 무술경호원이 무슨 소용있느냐고 학생들은 항변했다.

한채울 성심여고 학생회장은 "저희가 국회에 찾아오게 된 이유는 안전한 교육환경을 보장받기 위함"이라며 "우리 학생들을 경마도박장으로부터 지켜주시려고 발의하신 법안들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마권장외발매소에 대한 11개의 법안이 발의돼 해당 상임위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가 함께했다.

학생들은 최근 화상경마장에서 나오던 취객과 만났다며 그 취객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깨진 술병을 이리저리 휘둘렀다고 고발했다. 화상경마장이 들어옴으로써 겪을 심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홍성연 성심여중 학생회장은 "저희 학생들을 위해 발의된 법안들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통과시켜주시고, 저희가 행복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국회의원님들께서 힘써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용산의 청소년들은 18일 오후 4시 마사회 화상경마장에 반대하는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

"경마도박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는 "세월호의 상처가 여전한 가운데,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문제로 인해 거리로 나선 상황을 정부와 마사회는 매우 심각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을지로위원회는 용산 성심여중고생들과 함께 경마도박으로부터 교육환경을 보호하고 마사회법과 사감위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농축산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며,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사행산업 전반에 대한 개혁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학생들의 방문을 받은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우리가 힘은 좀 모자라지만 마음을 모으고, 여러분의 뜻을 모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석달 동안 시범운영(6.28~10.31)을 해본 뒤 학생들과 주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평가해서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원일 마사회 홍보실장은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학생들이 우려하는 일이 진짜 일어나는지를 봐야 하지 않겠나"며 "우리는 구조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고 적법하게 추진된 사업이 검증 없이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라며 시범 운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최원일 실장은 "마사회는 시범운영을 해본 뒤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되면 운영 자체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자체를 폐기하겠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하면 사업을 접어야지 어떻게 하겠냐"고 했다.

한편 마사회는 현행 학교보건법상 200미터 내 경마장 설치제한 규정은 절대기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40~200미터 안에 화상경마장이 위치하더라고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 의결에 따라 설치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사회는 10월까지 시범운영을 한 뒤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따라 후속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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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컨 2014-07-17 19:07:20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
애들한테 부끄러워 고개를 들고 다니겠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혀달라고 국회를 방문하더니
이번에는 여학생들이 마사회 도박장 때문에 공부를 못하겠다고
국회를 방문했다니 어른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