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4일 이명박 정부의 미국식 시장 만능주의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세력이 하나로 결집하는 '경제비상국민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강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정부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길를 고집한다면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같이 주창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미국식 시장 만능주의 정책으로 피해를 입을 모든 국민들- 철 지난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 노동자, 농민뿐 아니라 중산층과 중소기업, 시민사회단체, 지식인, 진보정당에 이르기까지 촛불에서 드러난 국민의 힘을 다시 하나로 모아내야 한다"며 "잘못된 정부 정책이 초래할 재앙의 삭풍을 막아줄 거대한 숲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A4 22장 분량의 이날 연설에서 강 대표는 또 현 정부의 내각을 '경제파탄 내각, 민주주의 탄압 내각'으로 규정하고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사상 최악의 경제 실정으로 경제는 10년 전 외환위기 시대로 후퇴했고, 민주주의와 남북 관계는 군사 독재와 냉전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며 "이것이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실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지금 내각을 그대로 둔 채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국민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질 수도 없다"면서 "강만수 장관, 어청수 청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한 경제 파탄 내각, 민주주의 탄압 내각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특히 "서민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며 "이제야말로 정부가 장애인과 소외계층, 농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의 살림을 먼저 돌볼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 대기업의 곳간에는 347조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이 쌓여 있지만 고용은 늘지 않고 납품가도 제자리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규제 완화해야 투자가 늘어난다며 재벌 편들기만 계속했다"며 "이대로는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1% 특권층과 재벌 대기업이 곳간을 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영국과 미국은 금융기관을 국유화했는데, 우리 정부는 도리어 금융공기업을 팔지 못해 안달이다. 선진국들이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데 우리 정부만 '나 홀로 규제 완화'한다고 한다"며 "심지어 공황 직전까지 몰린 미국 경제에 한국 경제를 그대로 통합시키는 한미 FTA 비준을 밀어붙이려고 한다. 이런 청개구리들이 어디 있느냐"고 질타했다.

강 대표는 아울러 얼어붙어 있는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 ▲정부가 6․15, 10․4 남북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공식 천명하고 ▲북측도 남북경제협력사무소의 남측 당국자들을 받아들이고 ▲남과 북이 다시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으로 나아가는 3대 선결조치를 남북에 제안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오는 15일 평양 방문을 앞두고 강기갑 대표의 이명박 대통령과의 공식 면담을 제안했다.

최우성 기자 rambo435@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