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화백, 박근혜 대통령 풍자작품 전시 결국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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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 화백, 박근혜 대통령 풍자작품 전시 결국 취소
  • 최우성 기자
  • 승인 2014.08.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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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화가 홍성담 화백의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 출품작이 박근혜 대통령을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전시가 취소된 소식이 알려졌다. 광주시가 홍 화백에게 작품 수정을 요청했지만 홍화백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화백은 오는 9월 5일부터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 세월호 참사와 5. 18 민주화 운동를 형상화한 가로 10.5m × 세로 2.5m 크기의 대형 걸개그림 '세월 오월'을 출품할 계획이었다고

그림에는 5. 18 시민군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줬던 아낙네가 함께 뒤집어진 세월호를 바다에서 건져내는 모습이 보인다. 또한 시민군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치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번 작품에서 홍 화백은 5·18과 세월호 참사 모두 '국가폭력이 만들어 낸 희생'이었다는 점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로봇 물고기'로 표현해 4대강 사업을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물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 국정원 대선개입 등을 비판하는 그림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에 12억 3000만 원이라는 예산을 지원한 광주시가 6일 홍 화백의 작품에 대해 '전시 불가' 입장을 전했다. 이날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림의 일부내용이 광주비엔날레에서 당초 제시한 사업계획의 목적 및 취지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를 들며 "걸개그림(세월오월)을 공공청사인 시립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이나 건물 외벽에 게시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불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적합'이란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부분 등 정치적 성향이 짙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이같은 시의 결정에 "문화도시에 걸맞지 않은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의 한 화가는 "다양한 시도와 실험, 무엇보다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의 생명과도 같은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고 배려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작품에 담긴 예술가의 정신과 의식을 옥죄는 것이 오히려 광주정신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광주시 공무원들은 물론, 윤장현 광주시장도 심각하게 성찰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우성 기자 rambo435@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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