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영수 "에볼라 방역 안돼... 한국,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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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영수 "에볼라 방역 안돼... 한국, 시한폭탄"
  • 문혜원 기자
  • 승인 2014.08.31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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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생물학 권위자 신영수 박사 정부에 경고... "예산 아끼지 말고 철저한 방역·검역" 촉구

▲ 에볼라 출혈열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사진=MBC 뉴스화면 캡처)
ⓒ 데일리중앙
에볼라 출혈열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검역을 철저히 잘 하고 있다"던 보건당국이 정작 아프리카 기니 등지에서 머물다 입국한 내외국인 수백명의 위치 추적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자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언론이 과장되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보다 정확한 한국 방역체계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데일리중앙>은 국내 미생물학 분야 권위자인 신영수 박사(의사/미국 마이크로젠 아시아 담당)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신 박사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잠원동 ㈜마그넥스 사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죽음의 바이러스' 에볼라 출혈열에 대한 국내 보건당국의 허술한 대응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또 국민 개개인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당부했다.

신 박사는 에볼라 출혈열 국내 유입에 대해 "언론에서 지나치게 공포를 조장할 필요는 없지만 주위를 환기할 필요도 있다"면서 인터뷰에 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미국 마이크로젠사가 개발한 살균소독제 D-125는 142개 유해 세균을 100% 제거할 수 있어 현존 유일하게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 있는 방역 수단으로 손꼽히고 있다.

실제로 D-125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지역 전체에서 쓰이고 있고 미국 에볼라 감염자 수용병원인 '에모리병원'에서도 쓰이고 있다.

신영수 박사는 에볼라 출혈열의 국내 유입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방역에 철저해야 한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현재 정부와 보건당국이 에볼라 출혈열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방역 체계는 "절대로 잘되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국내 유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그가 밝힌 우리나라 보건당국의 현재 방역 시스템은 입국자들에게 "열이 났느냐"고 묻는 것으로 그친다는 것이다. 이것은 "원시인 때나 하던 일"이라고 비꼬아 비판했다.

이어 "(에볼라 출혈열) 잠복기에 있는 사람은 거의 보름동안 아무 증상이 없을 수 있다"면서 "열이 났는지 여부 체크하고 적외선 카메라로 찍는 것만으로는 절대 모니터링을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정부의 허술한 방역 체계를 꼬집었다.

▲ 국내 미생물학 분야 권위자 신영수 박사는 최근 <데일리중앙>과 단독 인터뷰에서 갈수록 공포감이 확산되고 잇는 '죽음의 바리러스' 에볼라 출혈열에 대한 보건당국의 허술한 대응을 강하게 지적했다.
ⓒ 데일리중앙
신 박사는 또 이런 검역의 방법 뿐 아니라 검역 대상에 대한 범위도 지금보다 훨씬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아프리카에서 직접 들어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중동 등 다른 나라를 들렀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이런 경우 보건당국도 모니터링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의견을 내놨다. 한국이 공항도 항공사도 큰데 모니터링이 제대로 잘 이뤄지겠냐는 것. 실제로 10분의 1도 검역 모니러팅이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영수 박사는 보건당국이 과연 제대로 확인하고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공항에 사람이 내리면서부터, 공항에서부터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잠재적 보균자"라는 생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당국에 제언했다.

인천공항이나 제주공항과 같이 매일 많은 외국인들이 거쳐가는 시설들에 대해 매일 철저한 살균 소독을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화장실, 캐리어 가방, 카페트,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등 사람들의 손이 닿고 침, 소변, 대변 등이 닿는 곳들에 대한 방역이 제대로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날이 갈수록 많은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데 이는 곧 균을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올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신 박사는 이어 "'오늘 무사히 넘어갔구나'하고 안심하면 안된다. 현재까지는 운이 좋은 것일수도 있다"며 정부에 보다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검역, 방역 태도를 촉구했다.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산업과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겠다 취지의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에볼라 출혈열 환자 한 명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해도 관광객들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 안 올 것"이라며 우회적
으로 비판했다. 나라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관광이 뚝 끊길 것이라는 전망.

신 박사는 현재 일본의 방사능 우려로 일본 관광객이 줄고 일본 수입품 매출이 저조한 것 등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서도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넓게 보는 시각을 주문했다.

관광객 유치에만 혈안을 올릴 것이 아니라 관광객들의 유입구인 공항부터 넉넉한 예산 지원으로 방역 및 소독을 철저히 하라는 충고다. 그렇게 하면 결국 "위생 관리가 철저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쌓을 수 있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되고 자국민의 불안도 해소할 수 있는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신 박사는 '정부와 관련 기관이 현재까지 마이크로젠사와 어느정도의 접촉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회와 미팅도 했고 질병관리본부 등 검역 당국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항공사에서는 이미 D-125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 세계 보건당국이 검역 및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화면 캡쳐).
ⓒ 데일리중앙
"다들 애는 많이 쓰고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진행중"이라고 말하면서 "결국 예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보통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며 "반드시 효과적인 것(예방 소독약)을 충분히 뿌려야 하는데 부족한 예산에 맞춰 물을 타는 등의 공공연한 관행을 저지른다면 관리가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신영수 박사는 끝으로 "(큰일이) 터지기 전에 평소에 미리 방역을 잘 해둬야 에볼라 뿐만 아니라 다른 전염성 질병도 막을 수 있다"면서 "(이는 곧) 경제붕괴 (breakdown)를 막고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혜원 기자 hmoon@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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