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전격 사퇴..."짐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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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전격 사퇴..."짐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4.10.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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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협상에 큰 부담... 격동의 5개월이 5년 같았을 수도

"안 되는 일을 되는 것처럼 포장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진실의 증거들이 사라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여겼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2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에 대한 세월호가족대책위의 잇따른 거부와 당내 반발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 공보실을 통해 발표한 거취 관련 입장을 통해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 세월호 비극의 한 복판인 지난 5월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른다"고 심경을 말했다.

이 대목에서 원내대표직을 '짐'에 빗대 표현했다.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당 안팎에서 쏟아진 비판과 비난에 큰 상처를 입고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함께 안산을 찾아 세월호가족대책위와 면담하고 세월호특별법 3차 합의안을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고 설득했다.

가족대책위는 정치권의 이러한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박영선 원내대표를 붙잡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격려하며 끝까지 함께해줄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의 호소가 가슴 속 깊이 남아있다"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위원회는 가능한 빨리 출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특별법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믿고 여당과 협상을 진행해왔다고 했다.

"낯선 정치에 뛰어든 뒤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저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경우를 보았다. 2004년 국가 보안법 협상이 그랬고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7대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이 그랬다."

결국 법 한 줄도 고치지 못했다는 것. 세월호특별법만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안 되는 일을 되는 것처럼 포장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진실의 증거들이 사라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여겼다."

박 원내대표는 "진상 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빨리 제정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끌고 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을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폭풍의 언덕에서 힘들어 할 때 격려해주신 많은 동료의원님들과 힘내라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박 원내대표에게 지난 다섯달은 격동의 시간이었다. 극단적인 주장과 요구 목소리들이 응축돼 요동친 이 5개월은 개인적으로는 5년 같이 길고도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사퇴로 당 비대위원 자리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직은 원내대표로서 당연직으로 포함됐던 것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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