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관세법 개정 대응 내부문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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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관세법 개정 대응 내부문건 공개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4.11.19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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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권 변화에 대한 대안 검토... 윤호중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진성성 의심"

▲ 관세법 개정에 따른 사업권 환경 변화에 대응할 목적으로 작성된 롯데면세점의 내부문건이 19일 공개됐다.
ⓒ 데일리중앙
롯데면세점이 관세법 개정에 대응할 목적으로 작성한 내부문건이 공개됐다.

공개된 롯데면세점의 '관세법 개정 대응문건'은 지금껏 국가의 비호를 받으며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 재벌 면세점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19일 국회 기재위 새정치연합 윤호중 의원실과 CBSi-더스쿠프가 공동 입수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관세법 개정(2013년 1월) 이후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책을 세웠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대기업의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쪽은 기존 사업권에 중요한 변화가 올 수 있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대안을 검토하고 고민하는 통상적인 활동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취지로 개정된 관세법의 효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여론전에 소송전까지 준비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관세법 개정을 통해 면세점 특허수(매장수 기준)의 20% 이상(2018년부터 30%)을 중소·중견기업에 주고,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은 60% 미만으로 못박았다.

관세법을 고친 이유는 국내 면세점 업계의 '재벌 과점 문제'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연 매출 3조원이 넘는 국내 면세점 업계 1위(시장점유율 51.1%·2012년 기준) 업체다.

관세법 개정 직후인 2013년 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롯데면세점의 이 내부문건은 제1편 관세법, 제2편 인천 KTO로 구성돼 있다.

제1편엔 관세법 개정에 따른 대응방안이 담겨 있다.

정부정책과 관련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정책으로 중소기업 보호 분위기 확산 △면세업 대기업 독점 논란 △향후 관세법 개정을 통한 중소기업 특허 확대를 예상하면서 그 대응방안으론 한국면세협회와 함께 기재부·관세청 등 유관기관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론몰이 전략도 포함돼 있다. 국가연구기관(대외경제정책연구원·한국조세연구원) 컨설팅, 대학 교수의 언론 기고를 통해 '재벌이 면세업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알리는 게 주요 내용이다.

언급한대로 헌법소원을 활용한 대응전략 또한 모색됐다.

윤호중 의원은 "국내 면세시장은 재벌 대기업(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이 30년 넘게 독점적으로 운영해왔다"며 "두 업체가 관세법 개정안의 취지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콘셉트'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내부문건을 보면 매우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내부문건 제2편 '인천 KTO'에는 롯데면세점의 중소기업 우회지배전략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정부의 '면세업 상생'이라는 정책 의지와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이라는 당시 사회 분위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2012년 말 인천공항공사는 KTO(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 자리에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을 냈다. 입찰참가자격은 자산 5조원 미만의 중견·중소기업으로 못박았다. '면세업 상생'을 위한 조치였다.

KTO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당시 9%, 매출은 연 1753억원에 달했다. KTO가 시장에 나오자 수많은 중견·중소 면세업체가 눈독을 들인 이유다.

국내 1위 면세점 업체인 롯데면세점(호텔롯데·롯데DF글로벌)도 '인천 KTO'에 발을 들여놨다.

내부문건을 보면 롯데면세점은 '새 사업자(중소기업)가 선정되면 BTQ(부티크)의 수입품을 소싱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BTQ는 루이뷔통·샤넬·에르메스·구찌·프라다 등 글로벌 브랜드의 매장을 말한다.

수입품 소싱은 이런 브랜드와 매장개설에 합의하고 공급계약을 체결해 상품주문·수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입품 소싱을 대행하면 면세점의 핵심 기능은 사업자가 아닌 롯데면세점으로 사실상 넘어가게 된다고 한다. '수입품 소싱'을 롯데면세점의 우회확장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호중 의원은 "내부문건에 기록돼 있는 수입품 소싱전략은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돈이 되는 유통 부문은 잡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롯데면세점 쪽은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해명했다.

언급된 내용들은 예측되는 상황에 따른 대응 방안 중 하나였을 뿐 실제 시행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롯데면세점은 이날 내놓은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최종 관세법 개정안은 당시 정부 정책 기조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관세법 개정안을 통해 당사를 포함한 대기업은 면세사업장 특허 수에 있어 제한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익을 보거나 한 경우도 없었다며 여러 지적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관세법 개정 이후 김해공항, 제주공항 면세사업권을 포기하게 됐으며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등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사업권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관세법 개정 이후 김해공항과 제주공항 면세사업권을 포기하고 면세점 수도 오히려 두 개 줄었다"며 "만약 대응전략이 실제로 시행되고 이익을 봤다면 점포를 두 개 빼앗기고 사업권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면세점 상품(수입품) 소싱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품 소싱을 지원하려고 했던 이유는 당시 중소기업의 협상력으로는 부티크(BTQ)와 직접 접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재도 중소기업 시내 면세점의 수입품 소싱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이득은 일체 없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물류창고에 보관만 할뿐 운송 반입 등의 물류 업무와 매장에 대한 운영권은 전적으로 중소기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1000원에 물품을 들여와서 1000원에 중소기업에 넘기는 철저한 노마진 전략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익도 없는데 굳이 '수입품 소싱'을 하는 이유를 묻자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상생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개정된 관세법 제2조에서도 보세판매장 운영에 대한 고시에도 운영권은 '중소기업 사업자에게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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