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슈퍼갑 횡포... 흥행을 주무르는 대기업 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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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슈퍼갑 횡포... 흥행을 주무르는 대기업 배급사
  • 허윤하 기자
  • 승인 2015.01.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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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훔방', 수직계열화 산업구조의 피해자... 독과점 해소 방안 필요

▲ 중소 배급사 리틀빅 피쳐스가 배급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대기업 배급사 영화의 시장 잠식에 밀려 흥행 참패를 겪어야만 했다. (사진=다음 영화)
ⓒ 데일리중앙
중소 배급사에서 제작한 영화들이 대기업 배급사의 상영관 점령에 밀려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지지도 못하고 막을 내리고 있다.

관람객에게 호평을 받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 급기야 흥행 참패를 책임지기 위해 배급사 대표가 사임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회에 만연한 '갑질 횡포'가 영화계에도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어 대기업 배급사의 독과점 해소를 위한 정책적 대안 마련도 제기됐다.

'개훔방'배급사인 리틀빅 피셔츠 엄용훈 전 대표는 1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처음부터 조조 시간대나 심야시간대로 배정돼 예매율이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며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의 배정 방식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동안 관객의 외면을 받는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이 됐었는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막을 내리는 경우가 숱하게 발생해 왔다.

하지만 단지 예매율이 낮다는 이유가 관객이 선호하지 않는 영화라고 단정짓기엔 이르다.

엄 전 대표는 "공정하지 못한 룰을 적용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어떤 배급사인지에 따라 (상영관 수) 차이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크게 흥행하고 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대기업 CJ E&M의 계열사인 CGV아트하우스가 배급사로 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상영관을 더 늘렸다.

지난 18일 기준 관객수는 470만명을 넘어섰다.

주연배우인 김혜자·최민수도 아쉬움을 밝힌 '개훔방'은 영화계에 만연한 대기업 계열사 극장의 짬짜미 행태의 피해작 중 하나가 됐다.

엄 전 대표는 "영화를 기획, 제작, 투자, 배급, 상영, 부가판권까지 영화 산업의 전 과정이 대기업이 영위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구조로 돼 있어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원혜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작은 영화들이 스크린 확보가 어려운 가운데 이들의 처절한 작은 노력도 무색하게 한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문제"라고 질책했다.

이어 "지난 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이 영화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차단하고 공정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사태를 지적했다.

원 비대위원은 또한 "극장체인을 보유한 대기업은 구속된 회장의 처지를 고려해 조금이라도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만한 영화는 알아서 걸러내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며 "정부의 관리감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심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는)영화 시장의 독과점 해소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고, 일상적이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영화시장이 잠식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윤하 기자 yhheo616@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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