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64] 덕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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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64] 덕포장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3.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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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시인)

한상도 작가는 한대 국문과를 나와 공기업 등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강원도 영월로 귀농한 농부 시인이다. 땅을 일구고 채마밭을 가꾸며 틈틈이 자신의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태화산 편지'를 쓰고 있다. 한상도 시인의 '태화산 편지'을 데일리중앙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5일마다 매 4일과 9일에 열리는 영월 덕포장 풍경.
ⓒ 데일리중앙
어제 읍내에 일이 있어 나간 길에 들렀습니다. 특별히 사야할 물건이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번 가보고 싶고 둘러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매 4일과 9일에 열리는 영월 덕포장 얘기입니다.

동강의 둑방길을 따라 펼쳐진 가설시장, 영월 평창 정선을 순회하는 장돌배기들의 시장,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도 등장하는 민속 5일장...

그런 전통과 문화가 있기 때문일까요? 마트와 매장에 밀려 시장 자체는 쇠퇴했지만 그래도 이곳에 오면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때그때 철 따라 바뀌는 물건들, 투박하면서도 구수한 장돌배기들의 호객소리, 몇푼 안되는 물건값을 놓고 벌이는 흥정과 실랑이...

사람과 사람이 몸으로 부대끼며 내는 활기가 갓 잡아올린 생선처럼 팔짝팔짝 튀어오릅니다. 그 분위기가 마음 밑바닥에 앙금처럼 남아 살 물건이 없어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립니다.

전통이란 것이, 문화라는 것이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이득이나 욕구가 없어도 괜히 마음이 가고 발걸음을 하게 만드는 저 덕포 5일장 같은 것 말입니다.

혹여 4일이나 9일에 영월에 오시게 되면 잠깐이라도 동강 둑길의 덕포장을 찾아 보십시오. 제가 느끼는 그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님께서도 똑같이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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