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69]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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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69] 유혹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3.31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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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한상도 작가는 한대 국문과를 나와 공기업 등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강원도 영월로 귀농한 농부 시인이다. 땅을 일구고 채마밭을 가꾸며 틈틈이 자신의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태화산 편지'를 쓰고 있다. 한상도 시인의 '태화산 편지'을 데일리중앙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 데일리중앙
하루의 일을 마치고 저녁상을 마주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이 여인이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어제처럼 하루 종일 흙과 씨름이라도 한 날이면 사향향기를 내뿜으며 손목을 잡아끌기도 합니다.

안 되는데,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은 어느새 덥석 여인의 허리를 낚아챕니다.

황진이보다 더 치명적인 이슬이의 유혹 앞에 제가 무슨 수로 버티겠습니까?

그렇다고 혼자 나발을 불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균 서너잔에, 안주가 입에 붙으면 반병 정도. 그것도 하루 걸러 한번씩 넘어가니제가 그렇게 쉬운 남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노동과 술. 비와 술 만큼이나 상관관계가 있어 보이지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일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많이 마신다는 통계는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일에 따른 스트레스를 술로 푼다는 것이지요.

글쎄요, 저 또한 힘들게 일하고나면 찾게 되지만 그것이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트레스가 됐든 피로가 됐든 내가 풀어야 할 것을 무언가에 의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약하고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이용은 하되 의존은 하지 않도록 오늘 저녁에는 두 눈을 질끈 감고서라도 이슬이의 유혹을 견디고 또 견뎌 보겠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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