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72]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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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72] 버스정류장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4.0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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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한상도 작가는 한대 국문과를 나와 공기업 등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강원도 영월로 귀농한 농부 시인이다. 땅을 일구고 채마밭을 가꾸며 틈틈이 자신의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태화산 편지'를 쓰고 있다. 한상도 시인의 '태화산 편지'을 데일리중앙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 데일리중앙
읍내로 나가는 길에 있는 버스정류장입니다. 오가는 버스가 두 시간마다 한대 꼴이라 대부분 비어 있게 마련이지만 지나칠 때면 그래도 한번씩 쳐다보게 됩니다.

정류장이 주는 정감과 추억 때문일 것입니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기다림. 정류장에는 인생사의 희로애락이 다 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그런 그를 말없이 눈물로 배웅하는 사람, 그런가 하면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릴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 인생이라면 정류장이야말로 그 생생한 현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뒤돌아보면 제 기억의 정류장 또한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정류장, 특히 시골의 정류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늘 저렇게 텅 비어 있고, 어쩌다 한번씩 장 보러 나가는 노인네들이 오갈 뿐입니다.

그래도 마음 속의 정감이야 어찌하겠습니까? 혹여라도 말쑥한 차림의 도시 여인네가 선글라스를 걸치고 내리지 않을까, 습관처럼 눈은 빈 정류장을 쳐다보게 됩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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