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75]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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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75] 터널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4.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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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라 김삿갓 주변의 도로에는 터널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제천까지 기껏해야 40여km 거리지만 크고 작은 터널이 예닐곱 개나 있습니다.

도로를 달리다 터널로 들어서면 갑갑함이 엄습합니다. 꽉 막힌 사방에 시끄러운 굉음, 가늠하기 힘든 거리감... 조명마저 시원찮으면 스산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처음 차를 끌고 나온 새내기 운전자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빠져나오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하늘은 더 밝고 환하게 빛나는 것 같고, 큰 산을 넘어온 것 같은 희열을 느낍니다. 터널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더더욱 그러합니다.

인생의 길에도 터널이 있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꽉 막힌 상황, 불빛도 없고 출구도 보이지 않아 숨이 막힐 것 같은, 암담하기만 한 생의 터널이 있습니다.

돌아보면 제게도 그런 시간과 공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끝은 있게 마련. 결국은 시간의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의 감격과 희열 또한 그것을 견딘 시간에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경기침체는 계속되고 삶은 더욱 팍팍해지는 요즈음,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그야말로 깊은 터널 속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견디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앞이 휀하게 밝아오지 않겠습니까? 달리고 달리면 터널은 끝나게 마련이고 신 또한 견딜 수 있는 고통만 준다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터널로 들어서면 가속기 패달을 더욱 힘차게 밟아 누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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