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도(농부 작가)
붉은 꽃망울을 적시고 끝에 매달린 빗물방울. 태화산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봄날의 서정이라비를 맞으며 가까이 다가가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 비 그치면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겄다...
봄비 하면 생각나는 이수복 님의 시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중학교 때 배운 것 같습니다. 싯귀처럼 봄비는 복숭아꽃을 피워 올리고, 제 가슴 속 낡은 감성까지 소생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마음 같아서는 이 비를 맞으며 강나루 긴 언덕을 하염없이 걷고만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런 제 감성은 창문 너머 들리는 집사람의 한마디에 여지없이 깨지고 맙니다.
"빨리 들어와! 황사비야."
감성과 이성 사이. 젊었을 때부터 계속된 그 사이에서의 갈등을 지금도 반복해야 하니, 제가 아직도 철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나이가 들수록 감성이 그리운 것일까요?
이성적으로는 몰라도 감성적으로는 후자라고 빡빡 우기고 싶은, 봄비 내리는 아침입니다.
한상도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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