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65]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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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65] 몰입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7.30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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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어수리 밭에서 풀을 뽑고 있는데 뒤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아보니 언제 따라왔는지 태산이 녀석이 입으로 땅을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땅속으로 들어간 지렁이라도 한 마리 봤는지 옆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쉴새없이 파헤쳤습니다. 풀이 있건 돌멩이가 있건 가리지 않았습니다.

산이야! 산이야! 몇번 불러 봤지만 들리지 않는지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온 힘을 다해 땅을 파헤치는 저 놀라운 집중. 그것이 비록 지렁이 한 마리 때문이라 해도 그렇게 몰입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더는 부르지도 못하고 가만히 지켜만 보았습니다.

황농문 교수의 <몰입>에 의하면 성공과 행복은 몰입의 깊이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렌즈로 햇빛을 모으면 종이도 태우는 것처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한곳에 집중하면 능력은 배가되고, 그런 무아지경의 몰입상태가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모르긴해도 태산이 녀석의 지금 저 상태가 무아지경이요,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능력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집중과 몰입입니다.

비록 내가 가진 것이 작고 보잘 것 없더라도 그것을 한곳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다면 그 힘은 한없이 크고 강해질 것이니까요.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요 행복일 테니까요. 렌즈로 모은 햇빛이 종이를 태우듯 말입니다.

태산이 녀석의 지금 저 모습처럼 말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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