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71] 벽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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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71] 벽과 문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8.0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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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제가 사는 집의 방문입니다. 못해도 하루에 열댓번은 들락거립니다. 열렸을 때는 그대로, 닫혔을 때도 문만 열면 방과 거실이 연결됩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드나들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 문도 처음에는 벽이었다는 생각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벽과 문은 애당초 하나입니다. 벽을 뚫으면 그것이 곧 문이요. 문도 닫아버리면 벽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벽이 없으면 문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인생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문을 내기 위해서는 먼저 벽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 앞을 가로막은 크고 작은 벽, 이곳과 저곳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 그 벽을 인지하고 두드려 깨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를 잇는 문이 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벽은 외면하고 문만 찾습니다. 벽을 뚫는 노력은 하지 않고 소리 높여 소통만 외쳐됩니다. 그러니 아무리 소리친들 문이 열리겠습니까.

소통은 없는 문을 찾는 게 아니라 벽을 인정하고 깨는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것. 방문을 열고 닫으며 다시금 가슴 속에 새겨 넣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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