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엔高와 일본 제조기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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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엔高와 일본 제조기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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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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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와이어)
엔高와 일본 제조기업의 위기

1. 일본 제조기업의 경영실적

적자가 예상되는 일본 제조기업의 실적

2009년 4/4분기 이후 일본기업의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 최근 5년간 플러스 성장세를 보이던 일본기업의 매출증가율이 2008년4/4분기 마이너스로 전환. 2008년 4/4분기 제조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 기업의 경상이익률도 2008년 3/4분기 이후 빠르게 감소하면서 4/4분기에는 마이너스(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로 전락

2008년도 일본 상장 제조업의 당기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 2009년 3월기 결산 일본 상장기업 전체의 매출이 전기 대비 6.3% 감소한 가운데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2.1%, 87.2% 감소할 전망. 같은 기간 제조업은 매출이 10% 줄어들고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로 전락할 전망. 당기순이익은 전년도 12.6조 엔의 흑자에서 -1.8조 엔의 적자로 전환

주력 수출업종의 부진이 심각

상장 제조기업 가운데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 정밀기계 등 일본의 전통주력 수출업종에서 매출 감소가 현저. 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정밀기계 업종의 상장기업 매출은 지난 3/4분기(2008년 10~12월)에 이어 4/4분기(2009년 1~3월)에도 두 자릿수 감소. 특히 자동차 업종의 경우 4/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8%나 감소. 섬유, 화학, 철강, 비철금속 등 소재업종도 수출업종의 수요 감소 영향으로 연간 매출이 6% 감소. 이들 업종은 3/4분기까지 매출이 미약하나마 플러스(0.7%) 성장이 유지되었으나 4/4분기 25% 감소

수익성에서도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 등 일본의 주력 수출업종과 소재업종의 성과가 크게 악화. 식품, 제지·펄프, 의약 등 내수업종은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하였지만 전반적으로 미약하나마 흑자 기조를 유지. 화학, 철강 등의 소재업종과 전기전자, 자동차 등의 수출업종은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큰 폭으로 감소. 특히 전기전자와 자동차를 비롯하여, 섬유와 비철금속 업종은 2009년1~3월기 엄청난 적자를 기록함으로써 연간 수익구조를 적자화

2. 실적악화의 원인과 대응 현황

엔高는 세계 수요 감소에 따른 일본의 수출부진을 가속화

수출부진의 1차 원인은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해외수요 감소. 2008년 4/4분기 이후 세계 각국의 수입수요가 급감(전년 동기 대비). 연평균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이던 미국의 수입수요가 2008년 4/4분기 이후 오히려 두 자릿수의 감소세로 전환. 7~10%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던 EU의 수입수요도 2008년 11월 이후10% 내외의 감소를 시현. 25~30% 전후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시현하였던 중국의 수입도 2008년4/4분기 8.9% 감소를 보인데 이어 2009년 1월에는 43.3%나 감소. 2008년 1~9월 14.2%의 증가세를 보였던 일본의 수입 증가율 역시 11월 -14.4%, 12월 -21.4%, 2009년 1월 -31.7%로 감소 속도가 가속

엔高는 일본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켜 세계 수입수요 감퇴에 따른일본의 수출 감소폭을 더욱 확대. 2008년 10월 이후 일본제품의 수출단가(엔화 기준) 10% 정도 하락. 하지만 이 기간동안 엔화가 큰 폭으로 절상됨에 따라 상대국 입장에서는 對日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 일본의 수출물량 감소를 가속화

그 결과 2002년 이후 일본경제의 회생과 기업실적 회복의 원천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2008년 10월 이후 급감하기 시작. 2001~2008년 연평균 9.4%의 증가세를 보여왔던 일본의 수출이 2008년들어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 2008년 10월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 속도가 가속

수출부진과 엔高는 일본기업의 실적악화에 직결
수출에 의존한 일본의 산업 및 기업 구조는 수출 감소가 곧 기업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등의 산업은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하여 성장. 자동차산업의 경우 생산(출하 기준)의 약 6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나, 2008년 4/4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감소한 데 이어2009년 1월에는 동 60.9% 감소(승용차 대수 기준). 전자산업 역시 일본 국내생산의 60~70%를 수출로 소화하고 있는데, 이역시 2008년 4/4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5% 줄고, 그에 따라 생산도 동 23.9% 감소. 수출부진은 곧 관련 기업의 실적악화로 연결

전기전자 업계의 경우 엔高로 인한 기회손실에다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한 특별구조조정 추진이 실적 악화폭을 실제수준 이상으로 증폭. 2009년 3월기 일본 주요 전자업체는 2001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게 될 전망. 일본 9대 전기전자업체 가운데 미쓰비시전기를 제외한 8개사가 적자를 기록하고 히타치, 도시바는 각사 사상 최고의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 이들 9대 업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12.2%(6조 8,640억 엔) 감소하고,영업이익은 2조 7,670억 엔 감소하여 업계 전체가 적자를 기록. 세계경제 불황에 따른 디지털 가전, 반도체, 자동차용 전장부품 등의 판매부진에다 엔高로 인한 기회손실이 실적 악화를 초래. 9대 전기전자업체의 영업손실은 3,000억 엔이지만, 엔高에 따른 환차손손이 4,500억 엔을 초과

여기에다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한 특별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비용까지 가세하여 손익 악화폭이 실제 이상으로 확대. 예컨대 파나소닉은 3,800억 엔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나, 이 중3,450억 엔은 2009년 1~3월 동안 추진할 구조조정 추진비를 감안한 결과

자동차 업계 역시 실적악화의 상당 부분이 엔高에 기인. 일본 자동차업체 7개사 가운데 도요타, 닛산, 마쓰다, 후지중공업 4개사가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7개사 합계 4,520억 엔의 영업손실이 예상. 업계 수익성의 적자전환에는 세계 수요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 자동차업체 7개사의 매출 감소분(2008년 3월기 대비) 11조 9천억 엔의20%가 순수하게 엔高에 기인. 2008년 3월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분(4조 9,320억 엔) 가운데 31.6%에 해당하는 1조 5,614억 엔은 환차손(영업이익 차감분)에 기인

사업 구조조정으로 위기 탈출과 동시에 엔高대응력을 강화

단기적인 채산성 개선 대책뿐만 아니라 생산체제 재편 등을 통한 장기적인 엔高대응력 강화에 총력. 일본 전기전자업체는 당기손익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 통폐합, 인력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장단기 수익구조 개선을 도모. 자동차업계는 주로 가동률 조정, 인건비 절감, 투자 감축 등 현금흐름 개선으로 대응. 예컨대 1999년 이후 9년 만에 적자로 재전락한 닛산은 중기경영계획을 중단하고 2만 명의 인력감축을 포함한 긴급 구조조정책을 발표. 해외생산 확대로 엔高대응력을 강화. 2008년 일본기업의 해외생산비율은 31.4%로 과거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지금까지 해외생산 확대를 통해 엔高대응력을 강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는 국내생산 확대로 엔高대응력이 저하. 이 때문에 엔高로 인한 피해가 컸던 업종을 중심으로 재차 해외생산을 강화하려는 움직임

3. 전망 및 시사점

당분간 일본기업의 경영난은 지속되겠지만 위기는 조기에 극복

일본 수출기업은 현재의 경영난이 2009년 전반기(2009년 9월)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 엔화의 '나홀로 강세'로 인한 경영난은 다소 해소될 전망. 엔 캐리 청산에 의한 엔화의 '나홀로 강세' 흐름은 어느 정도 일단락. 무역수지 등을 포함하여 일본경제의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엔화의 '나홀로 강세'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 따라서 향후 엔화는 약세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판단. 하지만 세계경제 침체와 그에 따른 수요 격감으로 인한 일본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 상당수의 일본기업들은 2009년 3월기 경영실적(예상치)를 발표하면서 2009년 9월까지는 수요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

일본기업이라면 현재의 엔高에 대한 대응력을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일본기업은 과거 수차례 엔高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 1995년 4월 엔/달러 환율이 80엔까지 하락하였지만, 당시 도요타의 '마른수건도 짠다'는 슬로건이 상징하듯이 일본기업은 철저한 원가절감 노력으로 엔高의 위기를 극복. 무라타(村田)제작소의 경우는 당시 1달러 40엔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엔高대응력을 구축. 2008년 마이너스 손익계산서를 감수하면서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 2001년 파나소닉을 비롯한 일본 9대 전기전자업체는 합계 2조 엔이 넘는 경상손실을 감수하면서 추진한 구조조정 결과 2002년 5,400억 엔,2003년 1조 1,500억 엔의 가파른 경상이익 증가세를 시현한 경험. 더욱이 최근 엔/달러 환율이 전반적으로 약세(90엔대 초반에서 90엔대후반)로 진행되고 있어 엔高에 따른 경영난은 점차 해소될 전망. 전기전자, 자동차업계의 사례에서 볼 때 엔高가 해소될 경우 상당수의 기업이 자연스럽게 흑자경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

국내기업은 '포스트 엔高(원高)'에 대비

환율 상승(엔高/원低)에 의한 수출경쟁력의 상대적 강화에 안주하지 말고 '포스트 엔高', 즉 '원高'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필요. 최근 수년간 1달러 115~120엔, 1유로 160엔까지 진행된 엔低는 일본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실력 이상으로 과대 포장시켜 놓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 예컨대 도요타의 경우 해외생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판매 호조에 편승하여 2002년 이후 5년 연속 최고익을 경신하는 동안, 수출비중이2003년 52%에서 2008년 64%로 높아져 엔高대응력이 약화. 원/달러, 원/엔 환율 상승에 의한 수익성 개선의 효과는 환율 하락과 동시에 소멸될 가능성. 현재의 고환율에 따른 기회도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로 인해 극히 부분적으로만 향유하고 있는 상황. 환율에 편승한 가격 인하(엔화나 달러로 표시된 가격의 인하)는 원高가진행되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와 국내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 '고환율의 도래'라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체질 개선의 기회로 인식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제고. 동시에 환율 상승으로 일부 분야에서 확보한 對日수출확대 기회는 철저한 품질관리, 철저한 납기 등으로 신뢰를 구축하여 장기적 거래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주력

내수 확대를 통해 외부환경의 변동성에 대한 내성을 강화. 세계경제의 침체와 엔高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수업체들은 대체적으로 매출이 전년 수준을 유지. 예컨대 하우스식품은 경기악화에 따른 가계의 외식억제 성향을 포착하여 발매한 저가격대의 인스턴트 카레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경상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30%나 증가

보도자료 출처 :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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