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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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9.03.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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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3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최근의 공안 정국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채택하고 이를 이날 오후 3시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채택한 공개서한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정치에서 손을 떼고, 야당 죽이기 공안 탄압을 중단하고, 오로지 경제 살리기에만 전념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민주당의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 전문이다.

겨울이 길어지나 싶더니 어느새 봄은 왔습니다. 남녘엔 벌써 벚꽃이 만발하고, 분홍 철쭉이 뒷산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청와대 앞뜰에도 봄의 전령들이 서로 앞을 다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봄을 노래하기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한겨울 삭풍보다도 매섭습니다.

경제위기의 어두운 터널은 그 끝을 가늠하기가 어렵고, 민생은 날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서민들의 한숨소리는 늘어만 가고 청년구직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어떻습니까. 지난 10년간 공을 들여왔던 평화와 공존의 관계가 불과 1년 만에 얼음보다 더 차갑게 얼어붙지 않았습니까.

가장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착실하게 뿌리를 내려오던 한국의 민주주의가 최근 들어 후퇴를 넘어서 이젠 질식 상태로 빠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의 정점에 바로 '비판을 두려워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비판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 대화와 설득은 그 생명이 비판입니다. 비판이 없다면 어떻게 견제와 균형이 가능할 것이며, 비판이 없다면 왜 대화와 설득이 필요하겠습니까. 비판 없는 사회와 민주사회는 양립할 수 없습니다. 비판을 두려워하는 정권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정권일 뿐입니다. 그런 정권의 말로가 어땠는지는 대통령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이명박 대통령 당신을 위해서도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엄중히 요청합니다. 당장 비판세력 죽이기를 중단하십시오.

먼저, 구속되고 해고된 언론인을 당장 직장과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과욕과 장악할 수 있다는 과신을 버리십시오. 대통령께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선진사회'를 말씀하셨습니다. 동의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로 인해 해당 언론인이 잡혀가는 그런 선진국을 본적이 없습니다. 또한 대통령 후보시절의 언론특보를 언론사 사장에 낙하산으로 임명하는 선진국도 본적이 없으며, 정당하게 항의하는 노조의 간부들을 구속하고 해고한 선진국을 본적도 없습니다. 도대체 대통령께서 꿈꾸는 선진사회는 어떤 사회입니까. 정중히 경고합니다. 언론인을 잡아 가둔다고 비판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비판언론이 생기고 더 큰 저항에 부딪힐 뿐입니다.

다음으로는 인권위 축소방침을 당장 철회하십시오. 인권위를 축소하겠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많은 국민들은 인권위가 작년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지적했고, 또한 용산참사 때는 주거권 보장 등을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히 묻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모든 것을 선악의 개념으로 바로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촛불이 악이면 공권력의 인권침해를 지적한 것도 악이 되고, 철거민이 악이면 그들의 주거권 보장을 지적하는 것도 악이 되는 식 말입니다. 과연 인권위의 기본적인 지적조차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현 정권의 통치능력이 취약한지 묻고 싶습니다. 인권위 축소는 국제인권단체도 경고한 바 있지만, 국제적인 망신거리입니다. 더구나 국회를 통과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기능을 행안부가 직제령으로 제약을 가한다면 이는 헌법정신에도 위배됩니다. 재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표적수사와 야당탄압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대통령께서는 작년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많은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여러 약속 중 지금까지 지켜진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 대신 국정동반자라던 우리 민주당에 대해서 사정의 칼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친인척에 대해서는 '봐주기 수사', 여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구색맞추기 수사'로 일관하면서 유독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서만은 피의사실을 중계방송까지 해대면서 확대 유포하고 있습니다. 편파수사요 표적수사입니다. 제1야당 죽이기입니다. 국민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 등 사정라인을 특정지역 출신 일색으로 임명한 것은 결국 야당죽이기를 위한 것이었습니까. 비리는 엄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권력이 있으면 살고 권력이 없으면 죽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대통령께 분명히 밝혀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야당은 비록 국민들의 뜻을 받들지 못해 죽을 수는 있지만, 정권의 탄압으로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비판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국가지도자가 비판을 두려워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세력 죽이기에 몰두한다면 사회가 경직되고 맙니다. 움츠린 사회,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의 잠재적 능력이, 창조적 에너지가 발휘될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언론과 인터넷은 물론이고 문화 분야에서까지 표현이 제약받고 있습니다. 비판여론 죽이기를 중단하십시오. 대통령께서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국민과 역사입니다.

더구나 지금 대한민국은 어려운 경제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위기는 국민적 통합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극복하기 힘든 어려운 과제입니다. 통합을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정견이 다르다고, 이념이 다르다고, 출신이 다르다고 억압해서는 국민적 통합도 경제난 극복도 어렵습니다. 물론 민주주의도 없습니다.

정권이 출범한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4년 가까이 남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비판세력 죽이기를 당장 중지하고,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께 절실히 요구했고 지금도 요구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십시오. 민주당이 나서서 적극 돕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해서 언론을 탄압하고,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탄압한다면 우리 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결코 대통령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훗날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시길 기원합니다.

2009. 3. 30
민주당 국회의원 일동

 

최우성 기자 rambo435@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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