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광주 방문... "광주정신이 이기는 역사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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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광주 방문... "광주정신이 이기는 역사 만들겠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6.04.08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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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지지 거두면 정치은퇴·대선불출마" 선언... 김한길, 총선용 일회성 방문 혹평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8일 민주화의 성지이자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를 전격 방문해 광주를 실망시킨데 대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더민주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또 광주가 자신에 대한 지지를 거두면 정치은퇴와 함께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민주화의 성지이자 야권의 심장 광주를 방문했다. 

광주가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정치에서 물러나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선을 닷새 앞두고 문 전 대표가 광주를 찾은 것은 등돌린 호남 민심을 돌려보려는 반전 카드로 읽혀진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는 이날 광주정신, 국민통합, 통렬한 반성을 입에 올렸다.

▲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8일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광주 5.18묘역을 찾아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데일리중앙

또 첫 일정으로 광주 5.18묘역을 찾아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고개를 숙였다.

문 전 대표가 오전 10시52분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김홍걸 더민주 광주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이날 5.18묘역에 도착하자 지지자 10여 명이 "환영합니다"라고 소리치며 박수를 보냈다.

검정색 양복에 검정 넥타이를 한 문 전 대표는 말없이 추모탑으로 향했다.

문 전 대표는 먼저 방명록에 "광주정신이 이기는 역사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홍걸 위원장은 "사즉생의 각오로 최선을 다해서 5.18 영령들과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썼다.

두 사람은 추모탑에 3단 국화 조화를 바치고 차례로 분향하며 참배했다. 문 전 대표는 영령들에게 묵념을 올리며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이어 인솔자의 안내를 받으며 첫 묘비에 도착한 문 전 대표는 묘비 뒷쪽까지 세심히 바라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다.

"44살에 돌아가셨다. 버스 학살 사건에... 18명이 타고 가던 미니버스를 계엄군이 집중 사격해 17명 사망했다. 그때 이 분은 버스에 탄 게 아니라 촌장으로서 주변 마을에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가 피격돼 사망했다. 마을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니까 들어가시라고 하다가... 그 옆에는 당시 고3 여학생이 버스에 탔다가 희생당한 분이다."

무릎을 꿇고 앉아 "정말로 무고한 시민이었네요"라고 말하며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묘비를 어루만졌다.

일어서서 건너편 선종철 묘비로 이동했다.

"44살에 돌아가셨다. 버스 학살 사건에... 18명이 타고 가던 미니버스를 계엄군이 집중 사격해 17명 사망했다. 그때 이 분은 버스에 탄 게 아니라 촌장으로서 주변 마을에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가 피격돼 사망했다. 마을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니까 들어가시라고 하다가... 그 옆에는 당시 고3 여학생이 버스에 탔다가 희생당한 분이다."

무릎 꿇은 채 이러한 설명을 듣던 문재인 전 대표는 묘비를 하염없이 어루만졌다.

5.18광주민중항쟁 기념곡 '임을 위한 행진곡'의 배경이기도 한 윤상원 열사의 묘역에 도착하자 묵념을 올렸다.

문 전 대표는 "(5.18 묘역에) 올 때마다 여기는..."이라며 80년 당시 시민군으로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가 민주재단에 목숨을 바친 윤 열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솔자는 "가장 잔디가 메마를 정도로 많이 찾는 곳이다. 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산화했다. 시민군 대변인으로 죽음으로 (광주의) 진실을 알렸다"고 윤상원 열사를 추모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김홍걸 위원장은 이날 인솔자의 안내를 받으며 50분 가까이 묘역을 둘러봤다.

두 사람은 오전 11시50분 묘역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 섰다.

문 전 대표는 "광주가 보여준 아주 과분한 지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지지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 대선 패배로 실망드렸고 또 그 이후에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또 정권교체의 모습 희망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반성했다.

이어 "최근에는 야권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단합해도 모자랄 판에 또 당이 분열되고 이번 총선에서도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그런 실망스러운 모습 보여드렸다"며 "그래서 여기 광주에서 광주정신을 다시 되새기는 것으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광주를 실망시킨 짐은 제가 다 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이번 총선에서 이기고 그 힘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다시 힘을 모아달라"고 광주에 호소했다.

김홍걸 위원장도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절대 다수 의석 확보를 막지 못하면 내년 정권교체 어려워지고 또 그렇게 되면 나라에 어떤 재앙 닥칠지 모른다"며 "정권교체 꼭 이루는 것이 518 영령들과 아버지 명예 지키고 그분들의 염원을 지켜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4.13총선을 앞두고 8일 광주를 방문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왼쪽)가 광주 5.18묘역 윤상원 열사 묘역 앞에서 무릅을 꿇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 데일리중앙

문재인 전 대표는 '광주정신의 핵심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민주 민생과 남북통일 그리고 국
민통합"이라고 대답했다.

문 전 대표는 "우리가 아직도 광주정신을 우리 역사속에서 제대로 구현해내고 있지 못한 것은 광주 영령들에게 우리 후배들이, 정치인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서도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다.

문 전 대표는 특히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정치 은퇴와 대선 불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 전 대표는 광주에서 하루를 묵은 뒤 9일 오후 전북으로 넘어가 정읍과 익산의 더민주 선거 사무실을 찾아 후보자와 캠프 관계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에 대해 김한길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총선용 일회성 방문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날 오후 전남 보성역에서 황주홍 후보 지원유세에서 김 의원은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을 언급하며 "이제 선거를 며칠 앞두고 일회성 방문으로 말 몇 마디 한다고 해서 계파 패권주의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책임, 야권을 분열시킨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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