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삼형제섬 신도-시도에서의 봄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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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삼형제섬 신도-시도에서의 봄소풍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6.05.01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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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창회의 섬나들이... 이번 추억은 두고두고 되새길 자산
▲ 4월의 절정 지난달 30일 대학 동창들은 인천 옹진군의 작은섬 신도-시도에서 봄소풍을 즐기며 모처럼 청년기의 추억으로 되돌아갔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이 한바탕 비를 퍼부울 기세였다.

그러나 비는 내리지 않았고 예정된 '대학 동창회의 봄소풍(트레킹)'은 인천 옹진군 북도면 삼형제 섬(신도·시도·모도) 일대에서 풍성하게 펼쳐졌다.

4월의 절정 30일, 우리가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인천 영종도 삼목여객터미널에 도착한 것은 아침 9시40분 무렵이었다.

삼목항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우리는 신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10시10분 부두 끝에서 고동을 울리며 우리를 태운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2층 선상으로 올라오니 흰 갈매기떼들이 사람들의 손에 쥔 과자를 먹기 위해 저공 비행을 하며 앞다퉈 다가왔다. 그때 우리는 거침없이 카메라를 눌러대며 만남 하나만을 축복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만남에 황홀해 한다"고 누군가 했던 말처럼···.

10여 분 만에 신도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구봉산 산행길에 나섰다. 구봉산 초입에 들어서니 어느새 서리서리 산의 향기가 코끝을 매만졌다.

멀리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 언덕엔 저희들끼리 무리지어 피었다 지는 들풀들 그리고 꽃들···. 온화한 바람에 풀냄새와 흙내음이 콧잔등을 자극했다.

구불구불 산길을 한참을 올라가니 좌우로 빽빽하게 줄지어 도열한 20미터 높이의 키 큰 소나무들이 바람결에 몸을 흔들며 인사했다. 우리는 그 아래를 걷고 또 걸었다.

싱그러운 활엽수와 이파리들이 시원한 산들바람에 춤을 추며 또 우리를 반겼다. 땀을 흘릴 새도 없이 1시간 만에 구봉산 정상에 올라섰다.

해발 197미터. 우리는 그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툭진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하나 둘 추억을 쌓아갔다. 장미는 덤으로 빙둘러 친구들의 발사진을 찍어 선물했다.

낮 12시 조금 지나 구봉정을 돌아 내려오니 신도와 시도를 잇는 연도교다.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 기간에 배우 송혜교씨와 비씨가 석달 간 묵었다는 펜션이 눈에 들어온다.

200미터 남짓 연도교를 건너 시도에 들어서자 목적지인 수기해변에 먼저 도착해 있던 재영이와 선식이가 마중을 나왔다.

우리 일행은 수도염전을 지나 수기해변을 향해 해안 둘레길을 따라 걸었다. 여기서도 카메라 셔트를 쉴 새 없이 눌러댔다.

흰 물방울이 들어간 모자에 목도리를 하고 얼굴만한 선글라스로 패션을 완성한 종미가 잔뜩 멋을 부렸다.

울퉁불퉁 돌밭길을 따라 더 걸으니 마침내 수기해변이 나왔다. 친구 은서와 현아가 반갑게 맞이했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우리는 모처럼의 나들이에 들뜬 기분을 한껏 만끽했다.

특히 명순이는 왕김밥으로 강행군에 나선 우리들의 허기를 달래줬고 영희는 손수 만든 양갱과 쿠키 솜씨를 뽐내며 입맛을 돋궜다. 또 전날밤 아들과 함께 요리 연습을 했다는 재영이는 제육볶음을 친구들에게 대접했다.

타고난 익살꾸러기 용인이와 돈화는 환상의 상두마차를 이뤄 시종 분위기를 주도하며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두 사람이 있는 곳이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 인천 옹진군 북도면 신도-시도에서의 대학 동창생들과의 추억은 앞으로 두고두고 되새길 자산이 될 것 같다.
ⓒ 데일리중앙

이날 봄소풍에는 74명이 참석했다고 기철이가 발표했다. 기대는 이날 미국에서 날아와 합류하면서 이번 행사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수기해변에서 두 시간 여 동안 머물다 우리는 오후 3시30분 자리에서 일어나 철수하기 시작했다. 1시간 넘게 아스팔트 길을 걸어서 신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날 우리는 2만5000걸음 넘게 걸었다고 누군가 말했다. 희중이는 "다음에도 신도-시도에서 봄소풍을 즐기자"고 소리쳤다.

섬으로 들어갈 때 탔던 배로 삼목항으로 나왔다. 이제는 다시 두 대의 버스로 나눠타고 헤어져야 할 시간.

섬에서의 긴 여운 때문인지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떤 친구들은 포옹을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고 또 누군가는 친구의 볼에 뽀뽀를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는 오후 6시 조금 지나 미리 기다리고 있던 대절 버스에 올라 탔고 서울로 판교로 향했다.

서울 당산역 앞에서 버스에서 내린 목동방 친구들과 성택이, 충기, 이근이는 근처 순댓국 집에 들어가 전골과 술국을 시켜 놓고 다시 어울렸다.

술이 한 순배 돌자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돋보이는 이근이와 재영이 그리고 성택이가 번갈아가며 얘기꽃을 피웠다. 웃음기 머금은 세 사람의 격동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이번 신도-시도에서의 추억은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되새길 자산이 될 것 같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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