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국론분열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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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국론분열 격화
  •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 승인 2016.05.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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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제창 대신 합창 결정... "청와대 회동은 민의 피하기 위한 가면극이었나"
▲ 박근혜 정부가 끝내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했다. 1980년 5월 17일 밤 12시를 기해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뒤 총검으로 완전 무장한 공수부대원들이 광주시내로 시가행진하며 진출하고 있다. '피의 광주'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5.18기념재단)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박근혜 정부가 끝내 5.18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했다. 이로써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더욱 가열되면서 국론 분열이 격화될 전망이다.

국가보훈처는 16일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거행 일정'과 관련해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식순에 포함해 기념공연으로 합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흘 전(5.13)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허용해야 한다는 야당의 거듭된 요구에 "보훈처에 좋은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하겠다"고 한 말이 빈말이 된 것이다.

보훈처는 "정부는 5.18민주유공자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민주·정의·인권의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18일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한다"고 밝혔다.

'5.18정신으로 국민화합 꽃피우자'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5.18기념식에는 유족, 사회 각 분야 대표 시민, 학생 등 3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보훈처가 밝힌 5.18기념식 공식 식순을 보면 개식에 이어 △국민의례(국기에 대한 경례-애국가 제창(1~4절)-순국선열 및 호국영령과 5.18민주화운동 희생영령에 대한 묵념) △헌화 및 분향 △경과보고 △기념사 △기념공연 합창: 임을 위한 행진곡 △폐식 순으로 짜여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과 관련해 보훈처는 "올해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과정은 5.18민주화운동이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정부기념식에서 2008년까지는 이 노래가 '제창'돼 왔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제창돼 오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갑자기 이념논쟁에 휘말리며 공식 식순에서 빠졌다.

이와 관련해 보훈처는 "2008년 정부기념식 직후(이명박 정부 첫 해) 보훈·안보 단체에서 특정단체들이 민중의례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묵념하지 않고 민주열사에 묵념하며 애국가 대신 부르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를 대통령,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주먹을 흔들며 새날의 그날까지 임을 위해 행진하겠다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2004년 5월 18일 광주 망월동 5.18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린 광주민중항쟁 24돌 기념식에 참석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이 땅의 참민주를 위해 먼저 가신 임들을 위로했다.
ⓒ 데일리중앙

이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 간 본행사에서 제외하고 식전행사에서 합창단이 불렀으나 야당 및 5.18단체에서 본 행사 식순에 반영해 제창할 것을 줄곧 요구했다.

보훈처는 "2016년 현재까지도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제창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 입장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반대하는 보수단체 쪽은 북한이 1991년 5․18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이 노래가 사용된 점을 들어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에 나오는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한 논란을 계속하고 있다.

보훈처는 "기념곡 지정은 5대 국경일, 46개 정부기념일, 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께서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이 국민통합을 위해 한마음으로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하여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훈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제창' 반대 이유를 밝혔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강한 유감을 전달하며 재고를 요청했다.

특히 야당은 '대통령의 약속이 사흘만에 허언이 돼 버렸다' '소통과 협치를 깨버리는 처사' '민주주의를 짓밟는 결정' 등의 강하게 성토했다.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지난 13일 청와대 3당 대표회동에서 대통령께서 국론분열을 피하는 좋은 방법을 검토하라고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훈처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 결정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민 대변인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5.18기념식의 내용과 예식절차에 대해서는 유족들과 광주시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보훈처의 재고을 요청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관련 보훈처 입장 발표는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도대체 청와대 회동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 국민들 보기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더민주는  청와대와 정부의 재검토을 강력히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보훈처의 결정에 대해 소통과 협치를 깨버리는 처사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깊은 유감을 전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정곡이 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고 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국무위원 아니기 때문에 해임 촉구결의안을 공동발의하자"고 새누리당과 더민주에 제안했다.

정의당은 보훈처의 결정은 독재에 항거한 5.18정신에 부합하는 결정이 아니라 독재가 시작된 5.16쿠데타에 어울리는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강상구 정의당 대변인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독주 선언'"이라며, "5.18민주항쟁에 대한 부정이며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이고 결과적으로 총선 민심을 정면으로 농락한 것"이라고 심상정 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박 대통령이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며 지난 13일 3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회동한 건 결국 "성남 민심을 피해가기 위해 벌인 가면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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