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박근혜 대통령, 제삿날 제사상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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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박근혜 대통령, 제삿날 제사상 걷어찼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05.18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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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거부 맹비난... 안철수, 5월영령 묘비 어루만지며 울먹
▲ 5.18광주민중항쟁 36돌을 맞아 야당 지도자들이 야권의 심장 광주에 총집결했다. 5.18기념식을 앞둔 지난 17일 오후 광주시 광주공원에서 열린 2016 민주대행진에 참가한 야당 인사들이 금남로 옛 전남도청을 향해 행진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주미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끝내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한 거부한 데 대해 "제삿날 제사상을 걷어찬 행위"이라고 맹비난했다.

심 대표는 18일 5.18기념식이 열리고 있는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좋은 방안을 찾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도 빈말이 돼버렸다"며 이렇게 참담함 심정을 드러냈다.

심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기념곡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오월 영령의 영전에 존경과 감사로 바친 헌사이고 불의와 폭력에 연대와 사랑으로 맞섰던 오월정신"이라며 정부의 제창 거부 결정에 거듭 분노의 뜻을 전했다.

민주정부의 녹을 받는 공직자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결코 취향의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래서 합창이냐 제창이냐 여부는 오히려 부차적인 것.

심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비뚤어진 역사인식과 민주주의관이 문제"라며 "국론분열을 키우면서까지 퇴행적, 소모적 논란을 되풀이하는 까닭이 뭐냐"고 물었다.

아울러 아직도 5.18 민주화운동을 불온하고 불순한 '광주사태'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지독한 반감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반감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미워하면서 민주주의를 잘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80년 광주로부터 36년, 민주주의 축소가 대한민국의 방향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지난 4.13 총선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의지와 저력을 똑똑히 확인했다. 국민들은 국민에 귀 막은 권력, 혹독하게 심판했습니다. 국민들은 국민을 이기겠다는 권력, 매섭게 내쳤다"고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에 경고했다.

이어 "1980년 5월 광주로부터 발원한 한국 민주주의의 도저한 물길을 되돌리려는 시도는 허망한 일이 될 것"이라며 "정의당은 시간이 흘러가면 잊혀질 것을 기대하며 역사를 지우려는 사람들과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기념곡 지적과 제창 즉각 허용 ▷테러방지법 폐지, 국정원 개혁, 교과서국정화 폐기, 백남기 농민 폭력진압 사건 청문회 실시 등을 촉구했다.

심 대표는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정당한 요구를 끝내 거부한다면 정의당은 두 야당과 함께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 결의안을 시작으로 결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주 5.18민주묘역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분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역사가 한걸음씩 발전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오월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위로했다.

특히 한 묘비를 어루만지며 묘비에 적힌 글을 유심히 읽은 뒤 고개를 숙였다.

안 대표는 "5.18민주묘역 내 묘비 중에서 박성용님 묘비에 어머님이 쓴 글이 있었다. '행여 올까하는 기다림 속에서 너는 오지 않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내가 너를 찾을 때가 되었구나. 엄마가'"라는 묘비 글을 소개했다.

박성용 열사는 1980년 5월 당시 17살로 숭일고 1학년에 다니던 학생이었다.

안 대표는 "이거 보면서 꽃다운 나이의 아들 먼저 보내고 그 기나긴 36년 세월 겪어야 했던 그 어머님의 아픔...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한편 5.18민주묘역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시민 등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보훈처 주최로 5.18 기념식이 열렸다.

36돌인 이날 5.18 기념식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역시 거부됐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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