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은 서울 광화문 대로를 가득 메웠다. 역대 어느 집회나 시위도 어제 밤 보다 많은 국민들을 모았던 적이 없을 정도였다. 20만 명이든 100만 명이든 모였든 숫자가 중요치 않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대규모 시위였다.
시위대가 거의 해산했을 무렵에 일부 과격한 시민들의 청와대 진출시도로 경찰과 몸싸움이 있었지만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던 성숙한 시위였다고 보인다. 국민에 의한 대규모 시위는 세계적으로 변화를 가져온 예가 많다. 그러므로 어제의 시위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정치사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작금의 사태로 언론은 시시각각 청와대와 정당 그리고 검찰의 수사과정을 세밀하게 보도하고 있다. 언론의 보도는 진실도 있고 허위도 섞여 있을 것이다. 근거가 있는 추론도 있고 유언비어성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대응에 질타하는 국민적 분노도 있고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정치권의 선동도 한몫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다가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야당은 대통령이 제안한 총리추전을 거부했다. 또 영수회담도 거부했다. 오직 대통령의 즉각하야, 2선퇴진이라는 처방책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2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까지다. 야당은 임기 말까지 대통령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으니 즉각 하야를 주장하는 측도 있고 2선 후퇴를 통해서 책임총리를 임명하고 대통령의 전권을 총리에게 넘기라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법률을 위배했다고 주장하면서 초헌법적인 주장을 하는 모순을 스스로 범하고 있다.
TV에서는 정치평론가들이나 토론자들은 정치인들의 주장과 별로 다르지 않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대통령의 의한 헌정유린을 말하면서 헌법에 정한 절차는 무시하는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에 정한 절차이다. 헌정중단을 우려하는 국민은 즉각적인 하야에 반대하고 있다. 하야는 대통령의 궐위로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게 되어 있다. 지금의 상태로는 오히려 하야가 국정을 더욱 어지럽게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기대선을 치른다면 준비가 되지 않은 유력한 대권주자들이 반대할 것을 자명한 일이다. 즉각 하야로 인한 조기대선을 치른다면 현재 여권 지지율 1위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대선출마를 접어야 할 것이고 현 지자체장인 박원순, 남경필, 안희정, 원희룡, 이재명 등은 출마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이것은 불공정한 대선논란에 불을 지피게 될 수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하야를 주장하고 있지만 진심인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또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현행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는 묻히고 만다. 권력구조 개편도 시급한 실정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하야가 현실적인 정치적 해법이 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투표에 의해서 당선된다. 대통령을 바꿔야 할 이유가 있을 때 오직 탄핵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되어 있다. 국민적인 감정으로 대통령을 강제로 끌어 내릴 수 없다.
국회는 헌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므로 탄핵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통령 탄핵의 유, 불리를 계산하는 정략적인 판단을 하면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되어 있다.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한다고 정치적인 혼란을 초래하는 언동을 하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하고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는 행위이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 것이다. 법적인 책임유무가 밝혀지게 되면 대통령이 하야를 결심하는 순간도 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하야 후의 정국혼란은 피해야 한다.
필자는 난국타개를 위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국정농단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진행하고 책임총리를 통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가져와야 한다. 책임총리는 하루빨리 국회에서 추천하고 대대통령은 즉각 수용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는 스스로 하야를 하거나 탄핵이 결정될 때까지 유지한다. 이것이 대통령의 현실적인 2선 후퇴이다. 총리는 행정의 수반으로서 국정을 관할하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헌법개정을 즉시 시행한다, 헌법개정 절차가 완료되면 헌법에 의해서 조기대선이 가능하다. 내년 6월쯤에 선거를 하게 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소멸되고 새로운 정부가 탄생될 것이다.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